기막힌 현실, 기구한 운명이다. 처절하고 애처롭고 가슴이 아린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비극의 연속이지만 포기하지 않으니 비로소 마주하고야 만다. 그들의, 누군가의, 우리의 ‘뷰티플 데이즈’를.
배우 이나영의 긴 공백기를 깬, 올해 부산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가 베일을 벗었다. 큰 기대에도 실망감을 느낄 새란 없으니, 그녀의 선택은 진정 옳았다.
대학생이 된 젠첸(장동윤)은 14년 만에 어머니(이나영)를 만나러 한국을 찾는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 아버지(오광록)가 ‘죽기 전 아내를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막상 눈앞에 나타난 어머니는 기대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술집에서 일을 하고 건달처럼 보이는 남자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다. 남들이 보기에 남매로 오해할 정도로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질 않는다. 왜 자신과 아버지를 버리고 간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고, 서운한 감정만 더 커진 채 중국으로 돌아가지만 어머니가 남긴 공책 한 권을 통해 숨은 진실을 알게 된다.
역설적인 제목, 그래서 더 깊게 와 닿는 메시지. 아름다운 시절이 한 순간도 없었을 것 같은 주인공의 위태롭고도 잔인한 생존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결국 피해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혈연의 굴레를 벗어난, 인간애에 기반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목도하며 생경하지만 잊을 수 없는 깊은 먹먹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랜 만에 만나는 이나영의 변함없는 진가는 물론, 기대 이상의 놀라움을 안긴 장동균의 발견 또한 반갑다. 비극의 끝에 마주하는 소소한 그러나 가장 위대한 희망의 한 줄기가 제대로 가슴을 관통한다. 오는 11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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