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는 충무로에요. 여배우들끼리 그런 얘기를 많이 하죠. 그런 점에서 ‘완벽한 타인’은 남자 배우들과 동등한 비중으로 연기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어요. 이 영화가 잘 돼서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2의 윤제문’ 사태가 벌어지기 전날, 공식석상에 선 김지수는 이 같이 말했다. 좀처럼 여배우의 입지가 좁은 충무로에서, 당당히 남성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오랜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당당하고도 진지하게, 멋진 ‘선배’다운 태도로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전혀 딴 사람인 듯 했다. 만취한 그는 그야말로 완벽한 타인이었다. 김지수는 이서진과 함께 이날 영화 홍보의 첫 주자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약속을 지킨 건 이서진뿐이었다. 누구도 예상 못한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40분 늦게 도착한 그는 결국 민폐 신고식을 치렀다. 애꿎은 관계자들만 내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날 오전 10시 예정돼있던 언론인터뷰. 해당 타임에 할당된 시간은 50분이었지만 김지수는 40분이나 지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곤 “술에 취한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맞는데, 기분 나쁘냐. 답변할 수 있으니 물어보라”며 혀가 꼬인 채 답했고, “어제 회식이 늦게 끝났다.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다보니 늦게까지 마시게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감정이 앞서다 보면 설사 프로라고 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할 수 있고, 컨디션 조절을 잘 못 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의 대처 방식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인터뷰 현장은 그야말로 싸늘한 분위기. 김지수의 소속사는 서둘러 인터뷰를 중단 했고, 다음 인터뷰 차례였던 취재진도 ‘인터뷰 일정 취소’란 급작스러운 공지를 받아 돌아가야 했다. 오후에 예정돼있던 일정 까지 ‘전면 취소’라는 통보로 이어졌다.
김지수 측 관계자는 “현장 매니저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김지수의 개인적이 사정도 있어 인터뷰에 늦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김지수의 상태가 도저히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는 상태다. 죄송하단 말밖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면 취소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현 사태 수습이 먼저라 이후에 대해서까지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향후 논의 끝에 진행 사항을 전달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저녁에는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이 전달됐다. 김지수는 “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기자님들께 사과드리고 싶어 이렇게 편지 드립니다. 경황이 없어 제대로 사과하지 못하고 나와 마음이 더욱 무겁고 기자님들과 이 영화에 관계된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오랜만에 하는 영화고, 좋은 평을 많이 이야기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뒷풀이 자리까지하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컨디션 난조가 컸습니다. 제 딴에는 영화에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인터뷰에 응해야한다는 마음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안 좋게 번져서 슬프고, 죄송할 뿐입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예기치 못한 여러 상황으로 당황한 와중이라 기자님들 앞에서 프로다운 행동을 보이지 못해 더욱 부끄럽습니다. 이 자리를 위해 힘쓰시는 많은 분들의 얼굴이 스치면서 괴로움이 밀려옵니다. 남은 시간 책임을 다하고 사죄하겠습니다"고 거듭 사과했다.
‘완벽한 타인’은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상황. 결말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지만 배우들의 연기에는 이견 없이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주연배우 김지수의 책임감 없는 태도는 김지수 본인에게도, 개봉을 앞둔 영화 홍보에도, ‘설자리가 부족한’ 여배우들에게도 오점이 남았다. 누군가는 고개를
한편,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휴대전화로 오는 전화, 문자 등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지수 이외에도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송하윤 윤경호 등이 출연한다.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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