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진영이 대학로 대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제공| 학전 |
가수로 시작해 드라마, 영화 배우를 거쳐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만능엔터테이너가 있다. 바로 가수 겸 배우 손진영(33)이다. 1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거지 땅쇠 역으로 팬들 곁에 돌아온 손진영을 최근 대학로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지하철 1호선'은 학전 김민기 대표가 독일의 원작을 번안해 한국의 상황에 꼭 맞게 재구성한 작품. 연변에서 온 여성 '선녀'를 통해 실직 가장, 가출 소녀, 자해 공갈범, 잡상인 등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그려낸 작품으로 IMF 시절 한국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당시 어두운 사회상을 걸레, 안경, 불량학생, 제비 등 여러 캐릭터를 통해 때로는 밝고 유쾌하게, 때로는 어둡지만 진지하게 표현해 대학로 대표 뮤지컬로 자리잡았다.
1994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이었으나 2008년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김민기 대표가 21세기 한국을 담을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중단했다. 멈춰섰던 '지하철 1호선'은 원작 극장인 독일 그립스 극단의 초청을 받아 2019년 독일 공연을 앞두고 상영 중단 1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오는 12월 30일까지 다시 지하철이 달린다.
10년만에 돌아온 ‘지하철 1호선’에서 거지 땅쇠 역을 맡아 연극 무대에 도전한 손진영은 “책임감이 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작 전에는 100회라는 공연을 막연히 할 수 있겠지 했다. 2011년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를 찍을 때는 1년 정도 찍었고 군대도 실제와 예능, 두 번 다녀왔다. 강행군을 하는 프로그램을 했기에 100회 공연 괜찮겠지 했는데 하루하루 데미지가 쌓인다. ‘방송과는 다분히 다른 세계구나’ 생각한다. 배려도 이해도 희생도 방송보다 더 해야 한다”고 무대에 선 소감을 말했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통해 가수로 얼굴을 알린 손진영은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연극 무대는 왜 선택했을까?
손진영은 “가까움에 대한 고픔”을 이유로 꼽았다. "가까움에 대한 고픔. 사람과 사람에 대한 거리에 대한 고픔. 숨결에 대한 고픔. 소극장 무대를 하면 관객들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반응을 가깝게 느낄 수 있어요. 같이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숨결을 따라 흘러가요. 세 시간을 한 공간에 같이 있어서 '우리'라는 단어가 제일 크게 생각이 납니다. 브라운관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과 달라요. 그때도 진정성을 가지고 했지만 하나 막으로 막혀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진영은 '지하철 1호선'의 제작자인 학전 김민기 대표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손진영은 "김민기 선생님이 말수가 적으시지만 허투루 이야기 하시는게 없다. 진지함을 배웠다"며 "처음엔 엄청 어려웠다. 제가 방송하다 와서 그걸 싫어하는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눈여겨 보시면서 절 뽑으신 이유를 어느 순간 느끼게 해주셨어다. 선생님은 말하지 않고 눈으로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무대에서는 숨쉬는 것, 손을 올리고 내리는 것 조차도 이유가 합당해야 한다고 가르치셔서 진지함을 트레이닝 받았다"고 존경의 눈빛을 보였다.
↑ 손진영은 `지하철 1호선`이 배출한 걸출한 선배들에게 묻어가고 싶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제공| 학전 |
손진영이 맡은 역할은 거지 땅쇠. 주요 서사에서 빗겨난 인물이라 캐릭터 분석이 어렵지 않았냐고 묻자 손진영은 "김민기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땅쇠는 함축적으로 인생과 역사를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김민기 선생님이 첫날 절 보시고 '거지 같이 생겼다. 네 역할은 거지야'라고 하시더라.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고민하는데 선생님이 손톱 넓이만한 스터디 가이드를 주셨다. 배우들이 함께 한국의 근현대사를 약 2주간 공부하면서 시대를 알게 됐고 그러다보니 진정성이 생기더라. 선생님이 '작은 역할도 영혼을 가지고,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아직도 매일 밤 고민한다"며 다시 한번 김민기 대표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지하철 1호선'은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황정민, 조승우 등 일명 '학전 독수리 5형제'라는 걸출한 배우들을 배출한 작품. 손진영은 제6의 형제를 꿈꿨다. "학전 뮤지컬을 할 수 있다는데 감사해요. 흥부네 가족처럼 수 많은 선배들이 형제처럼 지내더라고요. 우정과 우애, 교감하는 관계가 안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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