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큐멘터리 ‘한끼줍쇼’를 연출하고 있는 방현영 PD. 제공ㅣJTBC |
지난 달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국 음악의 울림-한불 우정의 콘서트’ 현장.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K팝 대표그룹 방탄소년단을 만나 멤버 정국을 향해 “한끼줍쇼‘서 본 것 같다”며 반가운 악수를 청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한끼줍쇼’ 방현영 PD는 “우리도 그 뉴스를 보고 놀랐고 흐뭇했다”며 “그냥 하는 말이 아닌,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신 듯 했다”고 말했다.
JTBC 식큐멘터리 ‘한끼줍쇼’가 100회를 넘어 2주년을 맞았다. 일각에선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한끼줍쇼’만의 헝그리 정신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작정 초인종 누르고 숟가락 하나 들고 들어간다’는 기획의도는 서울 망원동 편 첫방송에서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다. “무리수”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그 이후도 장담할 수 없었던 방송. 그러나 한회 한회를 거듭하면서 나름의 시스템과 스토리를 만들어갔고, 여느 프로그램이 주지 못하는 따스함과 감동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다.
대본도 섭외도 없는 방송, 반응은 매번 달랐고, 내용은 극과 극이었다. 하지만 소박한 한끼 밥상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소소하면서도 정겨운 이야기들은 우리네 세상사,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예능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웃음과 재미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과 따뜻함에 웃고 울었다.
방현영 PD는 “이경규 선배님 말로는 ‘천국의 문이 열리듯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고 하는데, 2시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매번 문이 열리는 이상하고도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재밌는 방송은 많아도 보고나서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방송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웃고넘겨서 헛헛한 게 아니라 따뜻하게 위로가 되는 온기 있는 예능이라는 게 저희 프로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이웃의 속 이야기를 통해 날 돌아볼 수 있고, 배우들은 연기 캐릭터 속에서 사는 분들인데 살고 싶은 집 이야기 하고 결혼 이야기도 꺼내게 되고.. 그런 게 이 프로그램이 주는 마력 같아요.”
↑ ‘한끼줍쇼’엔 ‘티격태격하는’ 이경규 강호동의 극과 극 케미스트리가 있다. 제공ㅣJTBC |
‘한끼줍쇼’의 성공 뒤엔 밥동무로 나선 수많은 스타 게스트들과 ‘티격태격 하는’ 이경규 강호동의 극과 극 케미스트리가 있다.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문 앞에서 인지도 굴욕을 당하거나 문전박대를 당하는 순간은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이자 주요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이경규 강호동, 이 두 MC가 23년 만에 한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호흡은 톰과 제리같다. ‘사제지간’이자 오랜 ‘절친’으로 서로를 구박하며 유쾌한 시너지를 낸다. 신선하거나 새로운 조합은 아니지만, ‘한끼줍쇼’엔 더 없이 어울리는 친근한 파트너다.
“프로그램도 낯설고 돌발상황이 많은데 MC까지 생소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초인종을 사이에 두고 긴 설명 없이도 중재가 가능한, 전 국민이 다 아는 MC여야 진행이 되고 다음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방송가에서 오래 활동한 두분이지만 같이 하는 예능은 처음이었고, 새로운 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익숙한 게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라 생각했죠. 리허설 없는 프로에 대본도 없는 방송이다 보니 많은 의지를 하게 돼요. 이경규 선배님도 자기 프로그램이다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끌고 가주시는 게 있어요. 야외촬영이 참 힘든 프로인데 ‘도시어부’에서 단련이 되셨는지 체력적으로도 끄덕 없으세요.(웃음)”
‘한끼줍쇼’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방송에서 자주 언급되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다 아는 매뉴얼이다. 2시간 즉,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만 초인종을 누른다. 이미 저녁을 먹었거나 한번 거절당한 집은 제외된다. 또, 가족 중 1명이라도 촬영을 불편해하거나 원하지 않으면 집안에 입성했더라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나와야 한다.
방송은 달랑 숟가락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선 이경규와 강호동이 시청자와 저녁을 함께 나누며 ‘식구’가 되는 모습을 따라간다.
야외촬영이 많다보니 날씨에 영향을 받거나 돌발상황, 변수도 많다. 하지만 연이은 폭염이나 강추위에도 촬영은 진행된다. 출연진이나 촬영 스태프들은 때론 개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이젠 웬만한 날씨엔 끄덕 없을 정도로 저마다의 대처법들을 터득했다고 한다. 반찬이 많건 적건, 맛이 있긴 없건 게스트와 MC들은 진정성 있는 먹방을 선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허기가 반찬이라고 철저하게 못 먹게 해요. 정말 배고플 때 즈음 찍게 되는 거죠. 어떤 집은 반찬이 푸짐하고 어떤 집은 단촐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앞뒤 상황이 있는 거라서 다른 건데 혹시라도 오해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문을 열어주고 한끼를 대접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고 대단한 일인데, 시청자들도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시면 저희 프로에 나오는 분들이 부담을 덜 느끼고 편하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네요.”
100회를 넘기면서 전국 이곳저곳을 다녔다. 해외특집으로 일본과 러시아 두 곳도 다녀왔다. 매주 동네 선정은 어떻게 할까.
포항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광양에서 보낸 방 PD는 “서울과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 녹이고 싶었다”며 “‘해외’는 그림이 되고 ‘서울’은 그림이 될까 하는 분들도 있지만 서울도 동네마다 다른 모습과 느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일부러 안가는 곳도, 먼저 가는 곳도 없어요. (서울을 많이 다룬 이유는) 서울이란 도시는 자세히 봐야 되는 곳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정을 회복하는 구조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때론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동네를 선정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국의 다양한 동네를 가기 위한 플랜을 짭니다. 해외 그림도 충전이 되긴 해서 계획 중에 있습니다. 똑같은 규칙으로 그때 그 그림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예요.”
그는 기억에 남는 지역으로 첫 해외특집 편을 언급했다. 일본 최대 무역 항구도시인 요코하마, 예로부터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 그러나 첫 해외 한 끼 도전은 두 MC에게도 고행이 예상되는 일이었다. 강호동은 “방송이 되겠냐”고 했고, 자신만만하던 이경규는 “헛방 칠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보였다. 그러던 중 기적적으로 찾게 된 한국인의 집. 그들은 낯선 일본 땅에서 감동의 김치 수제비를 맛본 후 감격했다.
방 PD는 “이 기획은 실수였나보다 생각할 정도로 무모한 방송이었다”며 “초인종을 누르고 한국인 음성이 들려왔을 때 제가 엉엉 울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 ‘한끼줍쇼’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밥동무로 출연하는 게스트들의 활약이다. 제공ㅣJTBC |
“유재석, 하정우, 조승우, 이순재, 문재인 대통령 게스트로 나와줬으면”
이효리 편과 김래원 편, 이문세 편은 지금 생각해도 잊지 못할 방송이란다. 임수향은 그 적극성과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제작진 모두 반했다고 하니 최고 시청률을 찍을 만도 했다.
“동거하는 커플 집에 들어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이효리 씨 편과 아이들 있는 집에 가서 ‘이런 가정을 갖고 싶다’고 얘기한 김래원 씨 편이 기억에 남아요. 이문세 씨는 팬 집에 들어가면 좋겠다 했는데 생각대로 돼서 정말 쾌재를 불렀죠. 팬들이 눈물 흘리고 하는 그림들은 억지로 섭외해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임수향 씨는 이런 연예인 처음본다 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편지도 써오시고 정말 그 마음에 감동했어요.”
‘한끼줍쇼’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밥동무로 출연하는 게스트들의 활약이다. 게스트에 따라 프로그램의 색깔도 달라지지만, 시청률과도 연결된다. 방 PD는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 유재석, 하정우, 조승우, 이순재,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이유가 뭘까.
“유재석 씨는 지금 하는 프로(‘유 퀴즈 온 더 블록’) 마치면 한번 출연해주시면 좋겠고요. 하정우 씨는 ‘먹방’ 매력이 넘치는 분이잖아요. 조승우 씨도 모시고 싶고요. 다들 사심이 들어간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모시고 싶은 게스트예요. 문 대통령은 ‘한끼줍쇼’를 언급하셨으니 이번엔 한번 출연하시면 어떨까 싶네요. 이 프로그램이 2년이나 오게 될 줄 몰랐지만 오래 가는 게 목표는 아니에요. 방송에 나온 점술가 분이 3년은 더 할 거라고 예언했는데,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매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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