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아롬이 버블시스터즈 활동 당시 느꼈던 무게감과 부담감에 대해 털어놨다. 사진|강영국 기자 |
(인터뷰①에 이어) 2005년.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여고생 최아롬은 고교 졸업 즈음, 우연치 않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게 된다. 보컬 레슨을 받던 중 당대 최고 보컬 그룹인 버블시스터즈 새 멤버로 발탁된 것.
"당시 보컬 선생님(버블시스터즈 출신 강현정)이 팀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사실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하게 됐죠. 그런데, 활동이란 게 굉장히 무겁더군요."
생각지도 않게 버블시스터즈로 데뷔하는 행운을 만났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무대는 아롬에게 즐겁기보다는 두려운 공간이 됐다. "막상 들어가고 보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무책임하게 한다고 했던 것 같단 생각도 들었어요." 그는 "무대 공포증이 있었는데, 무대에 설 때마다 덜덜 떠니까 여러모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버블시스터즈 활동 연차가 거듭될수록 그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갈망도 커졌다. 팀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던 시점, 아롬은 홀로서기를 시도했다. 2011년 미니앨범 ’Reminiscence’가 버블시스터즈로 함께 한 마지막 앨범이었다.
이후 자기만의 독자적인 컬러를 보여주려던 아롬에게 뜻하지 않게 다가온 장애물은 성대결절과 낭종이었다. 가수 생활은 강제로 중단됐다.
뜻하지 않은 긴 쉼표는 인생의 슬럼프로 이어졌다. "아예 음악을 그만둘까도 싶었다"고. 아롬은 "학교 다닐 때도 음악 외에 다른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노래 말곤 아무 것도 없더라"며 "수술 후 1~2년 음악 생각을 아예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는데 우울한 마음도 들더라"고 털어놨다.
수술 후 음성치료를 받은 지 벌써 7년. 어느 정도 회복은 했지만 가수로서는 아직 "제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란다.
초등학교 시절 S.E.S.의 무대를 보며 처음 가수의 꿈을 갖게 됐다는 아롬. 이후 고등학교 때 조규찬의 음악을 접한 뒤 싱어송라이터로 진로를 바꾼 그에게, 음악은 또 하나의 인생의 동반자다.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어려움도 존재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이 감사하고 소중한 기억이다. 특히나 아롬의 시작을 함께 한 버블시스터즈에 대한 기억은 남다르다.
"버블시스터즈를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었죠. 지금까지 오게 된 것도 그 때의 활동이 있었던 덕분이고요. 힘들었단 생각도 들지만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추억입니다."
↑ 아롬은 성대결절 및 낭종을 극복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
"올해는 제게,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이전까지 굉장히 침체돼 있었어요. 사실, 안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음악을) 안 하게 될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고, 하게 된다고 해도 자신도 없었고요. 하면서 많이 헤맸지만, 그래도 이걸 견뎌낼 수 있구나,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압박 받는 상황들도 나는 못 견딜 줄 알았는데, 나도 이런 걸 견딜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었어요."
스스로를 힘들게 한, 욕심을 내려놓은 아롬은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최근 발표한 ’기억의 빈자리’ 리메이크가 가수 아롬이 열여젖힌 2막의 첫 시작이다.
"원래 욕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욕심을 많이 내려놓은 것 같아요. 그냥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면 되는데, 잘 해야 한다는 욕심과 강박이 있었죠. 그런 걸 많이 내려놨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것에 더 가까운 결과물을 낼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해요."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건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아롬은 "브라운아이드소울 나얼, 영준 선배님의 곡도 있고 내가 쓴 곡도 들어갈 듯 싶다"면서도 "다음엔 내가 쓴 곡들로만 채워보고도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욕심도 있지만,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오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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