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성난황소`에서 마동석과 연기 대결을 펼친 김성오. 제공| 쇼박스 |
“착한 역이냐 나쁜 역이냐, 혹은 주연이냐 조연이냐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전 그저 연기가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됐으니까요.”
“이미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있는데도 또 악역이다. 어떤 면에 끌렸나”라고 묻자, 김성오(40)는 이같이 답했다. 그리곤 “같은 악역이어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있으면 된다. 좋은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성오는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에서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하는 악랄한 인물 기태로 분했다. 원빈과 함께한 ‘아저씨’ 이후 또 한 번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철(마동석 분)의 아내인 지수(송지효 분)를 납치해 작품 내내 동철과 대립각을 세우는 캐릭터다.
“솔직히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단조로웠다. 많은 걸 창조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운을 뗀 그는 “대개 배우들은 감정선이든 뭐든 복합적인 인물을 만나길 원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시나리오 자체가 일단 재미있고 감독님이 굉장히 열려있는 분이라 함께 만들어갈 여지가 많았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이 작품 안에서 얼마나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가 대한 고민을 했어요. 그것을 목표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통상 영화 속 악역들은 극대화 돼 나오는데 그런 연기를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도 하고요.(웃음) 인간이라면 분출하고 싶고, 사냥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기 마련이고, 특히 남자들에겐 이기고 싶은 본능도 있잖아요? 일상에서 누구나 뻔히 아는 통상적 욕망이나 어떤 생각이 있는데 혼자 아닌 척 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그게 꼬여 보일 때도 있고요. 그런 지점에서 제 캐릭터가 충분히 어떤 카타르시스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김성오는 한때 악역전문 배우로 스트레스를 겪었으나 이제 그를 넘어 `악역의 매력`을 전파한다. 제공| 쇼박스 |
“어떤 역할이든 (비록 내가 엑스트라일지라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어요. 그게 뭐든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여기고, 주어진 것 안에서 자꾸 새로운 걸 스스로 시도하고 준비하고 고민하니 그 또한 너무나 즐겁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초심을 잃었던 게 아닌가하는 반성도 하게 됐고요. 이제는 ’악역 전문 배우’라 불려도 괜찮아요.(웃음)”
그래서일까. 김성오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나날이 다채롭다. 악역이든 아니든 그의 연기는 늘 시선을 사로잡는다. “뭔가 여유로워지고 성장해 가는 것 같다. 그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자, “진심으로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정말이지 한 편 한 편 최선을 다해 왔어요. 물론 작품이 잘 안 될 때도 있고, 그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런데 크게 연연하진 않아요. 제가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 이 일을 사랑하는 지 누구보다 스스로 알고 있으니까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며 달라진 면도 많단다. “죽을 때까지 연기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확실히 가장이 되고 뭔가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유연해진 부분도 있다. 현실감각도 분명히 생겼다”며 수줍게 웃는다.
“젊은 시절에만 해도 ‘배우는 예술가’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돈을 못 벌더라도 좋은 연기만 할 수 있다면 된다고 여겼고, 뭔가 남들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감도 있었어요. 너무 어렸던 거죠.(웃음) 배우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가장이 되면서 여느 가장이 느끼는 책임감도 생기고, 삶의 변화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엄청난 경험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는 소소한 일상이 저도 모르게 쌓이고 쌓이면서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하는 연기에 미미하지만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 될 거라고 믿고요.”
책임감을 받아들인 김성오는 ’성난황소’의 홍보도 잊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열심히 뛰어든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성난황소’는 분명한 상업영화다. 극장에서 돈을 주고 충분히 그만큼 주어진 시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한편, ‘성난황소’는 한번 성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남자가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무한 돌진하는 액션 영화다. 마동석, 송지효, 김성오, 김민재, 박지환이 호흡을 맞췄고 김민호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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