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불문 좋은 배우는 빛이 나기 마련이다. 그 빛은 관객들의 가슴을 관통하고,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 ‘툴리’로 전 세계의 엄마들을 따뜻하게 안아 준 샤를리즈 테론처럼.
영화 ‘툴리’는 아이 셋을 독박육아 하는 마를로(샤를리즈 테론)와 야간 보모 툴리(맥켄지 데이비스)의 남다른 우정을 담은 휴먼 드라마다. 아이 셋을 독박 육아 중인 마를로. 첫째 딸인 사라(리아 프랭클랜드)는 여전히 철부지 이고 둘째 조나(애셔 마일스 팔리카)는 발달장애 아동이다. 두 아이만으로도 벅찬데 셋째 막내까지 출산해 그야말로 매일이 전쟁이다.
마를로가 처한 현실은 보고 있자면 저절로 할 말을 잃는다. 부유한 오빠 덕에 입성한 학교에서는 남다른 조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남편은 가족을 사랑하지만 오로지 바깥일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피폐해져 가는 정신과 함께 하루하루 망가져 가는 육체는 또 어떻고. 누구도 현재 상황을 감당하기 힘든 마를로에게 제대로 눈길을, 도움을 주질 않는다. 결국 그녀는 오빠의 권유 대로 야간 보모를 고용하게 된다. 그렇게 만난 야간 보모 ‘툴리’는 “아이를 돌보러 온 게 아니라 당신, 마를로를 돌보러 왔다”고 말한다.
영화는 슈퍼맘과 그녀를 돌보는 보모를 통해 덤덤하지만 묵직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안긴다. ‘독박육아’에 대한 문제를 꼬집는 동시에, 꿈 많고 열정적인 한 때를 지닌 엄마의 잃어버린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당연한 듯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상의 비극에 대해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한다. 진정한 ‘살아있음’에 대해 담백하지만 적나라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 한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아이를 위해, 당연히 '엄마의 삶은 그런 것'이라며 자신을 잃어 가는 마를로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그런 마를로를 연기하는 샤를리즈 테론의 진심은 러닝타임 내내 오롯이 전해진다. 이번 역할을 위해 무려 22kg을 증량한 그는 넋이 나간 표정과 푸석한 얼굴로 자신의 역할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변신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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