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베르가 신보 ‘모비딕’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힙합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진=어나더뷰 |
지난해 데뷔한 래퍼 오베르는 지난달 29일 새 정규 앨범 ‘모비딕’을 발매했다. 첫 정규 앨범 ‘포항’과 맥락이 이어지는 두 번째 정규 앨범 ‘모비딕’은 동명의 소설 ‘모비딕’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 속 위협적인 존재인 거대한 ‘흑동고래’를 그가 이겨내야 하는 것들에 빗댄 영화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오베르는 이번 앨범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트랙리스트의 순서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다. 특히 기승전결이 뚜렷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는 이번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 ‘세이렌(with. 사비나 앤 드론즈)’과 ‘선상파티’를 포함해 수록곡 ‘항해’ ‘넝마(with. GIMMIKY)’ ‘섬망’ ‘그루잠’ ‘뱃머리’ ‘욕정’ ‘해적(with. GIMMIKY, QM)’ ‘암초(with. Loxx Punkman)’ ‘모비딕’ ‘맥거핀(with. TakeOne)’ ‘난파선’ ‘축음기’까지 총 14개의 트랙으로 구성됐다.
‘모비딕’ 속 수록곡들은 오베르 특유의 강렬한 랩핑과 음악적 변주들,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교한 심리 묘사가 직설적인 가사로 펼쳐져 있는데, 리릭시즘을 중요시하는 그의 특성이 잘 드러났다.
↑ 오베르가 신보 ‘모비딕’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힙합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진=어나더뷰 |
‘모비딕’은 1집 ‘포항’에서 그려낸 바다냄새를 구체적으로 이미지화 시킨 것. 이에 오베르는 1집과 2집의 연결고리에 대해 설명했다.
“1집 ‘포항’ 자전적이고, 저의 내면을 깊게 들어다 보는 앨범이다. 그런가 하면 2집은 ‘모비딕’ 콘셉트를 빌려와 개인사보다는 리스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려고 했다.”
‘모비딕’ 소설 속 위협적인 존재가 ‘흑동고래’라면 실제 그에는 어떤 부분에 있어 한계를 느끼고, 벽에 부딪히는 걸까. 그가 이겨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오베르는 힙합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미디어의 파급력을 언급했다.
“저한테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자본.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미디어에 치중하기보다 앨범 작업물에 집중했다. 국내 힙합씬이 (힙합 오디션)방송 피해 11, 12월 음원을 발매한다. 그런 데 비유할 수 있다. (‘모비딕’을) 듣는 분들은 (스스로) 어렵고, 불가능하고 생각한 것을 생각하며 들어줬으면 한다.”
오베르는 미디어(오디션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인정하면서도 힙합씬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칫 좋은 노래를 발매함에도 미디어에 노출이 적은 아티스트가 주목을 못 받는다거나, 정형화된 노래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문화(힙합씬)를 사랑해서 멋있다고 생각해서 (힙합을) 시작했다. 사실 저도 포함 많은 아티스트들조차 방송 시기 피해서 앨범 발매를 잡지 않나. 힙합이라는 장르가 방송 하나에 먹혀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시기 피해서 앨범을 내거나 혹은 경연곡과 같은 음악을 할 수밖에 없다. 음악 선택폭이 좁아지지 않나. 좋은 음악을 다양하게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아티스트 세계관에 동화돼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러한 확고한 생각은 그가 얼마나 힙합씬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베르는 조용하지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묵직한 성격이었다. 그의 단단한 성격은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 독특한 색채를 그려냈다. ‘포항’에 이어 ‘모비딕’, 오베르는 자신만의 음악적 서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