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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영화결산①]블록버스터가 낼 뻔한 부도, 알짜배기가 막았다

기사입력 2018-12-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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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2018년 극장가에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외하면 덩치 값을 못한 한국 블록버스터들의 고전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양보다는 질로, 진부함 보다는 새로움으로 승부수를 띄운 중저예산 영화의 활약이 두드러져 안도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보다 높아진, 그리고 다양해진 관객의 눈과 마음을 무엇으로 사로잡을 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끔 만든, 한국 영화계에는 나름 의미있는 한 해였다.
올해에도 스타 캐스팅, 스타 감독 그리고 화려한 비주얼로 대박을 노린 다수의 국내 블록버스터가 쏟아졌다. 하지만 뻔한 공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에 이어 쌍천만 신화를 이룬 ‘신과 함께-인과 연’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멸에 가까웠다.
‘부산행’으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을 비롯해 장동건 류승용이 주연하고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인기 소설 원작의 ‘7년의 밤’, 강동원을 원톱 주연으로 내세운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셨다.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궁합’ ‘골든슬럼버’, 조선판 크리처 액션물 ‘물괴’와 ‘창궐’, 추석 극장가 대목을 노렸던 ‘명당’ ‘협상’ 등도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진부한 공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사극영화 ‘안시성’이 추석 연휴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하며 선전했지만 본전 회수에 그치며 대박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국내 주요 배급사들의 기대작들이 예상 외로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어느새 이들의 목표는 ‘손해만 보지 말자’가 돼버릴 정도. 화려한 비주얼, 요란한 홍보를 빼면 진부하기 그지없는 어설픈 완성도에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을 받는 이창동 감독은 신작 ‘버닝’으로 관심을 독점했으나 정작 국내 관객에게는 외면 받았다. 홍상수 감독 역시 김민희 와의 불륜 인정 이후 전보다 더 나홀로 행보로 해외 무대를 누비고 다녔지만 국내 정서는 여전히 냉담했고, 작품에 대한 관심 역시 비호감 정서에 묻혀 버렸다. 여러모로 거장들의 활약이 유난히 저조했던 한 해였다.
반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지는 않았지만 저마다의 개성과 리얼리즘, 도전정신으로 승부한 웰 메이드 영화들은 반전의 역주행을 거듭하며 그 빈자리를 부지런히 메웠다.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공포물의 부활을 알린 ’곤지암’부터 고(故)김주혁의 유작이자 한 편의 캐릭터 무비를 보는 듯한 다채로운 매력의 ‘독전’을 비롯해 남북 첩보영화의 새로운 결을 보여준 ‘공작’, 요리를 통한 청춘의 치유를 그린 작지만 강한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성 원톱 액션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한 ‘마녀’, 현실적이어서 더 공포스러웠던 스릴러 ‘목격자’, 주지훈의 진가를 제대로 발견시킨 ‘암수살인’, 진정성 하나로 모두를 놀라게 한 ‘미쓰백’,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베테랑 배우들이 펼친 열연과 매력적인 소재로 시선을 끈 ’완벽한 타인’ 등 알짜배기 영화들이 맹활약을 펼친 것.
거듭되는 시즌에도 유난히 완성도가 높았던 해외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올해 국내 대작들은 흥행은 물론 완성도에서도 혹평을 받으며 체면을 세우지 못했다. 엉성한 시나리오, 미흡한 준비에도 스타 캐스팅 혹은 감독의 이름값만 믿고 밀어붙인 경우, 어김없이 신뢰를 잃고 무너졌다. 사실상 극장가에 성수기·비성수기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실제로 작품을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최근 CGV 최병환 신임 대표이사는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열고 올해 한국영화산업을 결산하며 “영화계 입장에서는 국내외로 급변의 시장 상황을 맞는 것 같다. 그동안 겨울 그리고 여름 휴가, 연휴 시즌이 전통적인 성수기로 좋은 실적을 보이는 기간이었는데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며 “어떻게 하면 극장사업자들, 또 영화를 만드는 영화 산업 전체가 고객들을 스크린 위에 잡아놓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고 총평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부적으로 평가가 저조해도 어느 정도의 흥행 공식에 부합하면 작품성과는 별개로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했다”며 “작품성에 대한 평가와 다른 흥행 성적을 내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지만 점차 그 간격이 좁아진 걸 새삼 느끼게 하는 한 해였다. 언론과 관객들의 평가와 흥행 성적이 어느 정도 맞춰가는 현상을 보면서 관계자들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경각심을 새삼 가지게 된 것 같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의 준비 과정이나 검토 과정에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요즘 젊은 관객층이 다양한 정보를 검색해 영화를 선택하는 만큼 입소문의 힘, 작품 자체의 힘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한국 영화의 미래를 길게 봤을 때 바람직한 쇼크가 아니었나 싶다”고 2018년 한국영화계를 돌아봤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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