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짧지만 강하다. 한 프로그램에 오랫동안 머물며 자신의 저력을 보이던 개그맨 이승윤이 제2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 최근 이승윤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MK스포츠 옥영화 기자 |
◇ 이승윤, ‘나는 자연인이다’
지난 2012년에 첫 시작을 이뤘던 MBN ‘나는 자연인이다’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참된 행복의 의미를 담았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첫 방송 MC는 이승윤이었고, 이는 2019년까지 이어졌다.
“좋아서 (계속 출연) 그런 것 같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좋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할 때마다 다른 분들을 만난다. 정말 많이 배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만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산속에 사는 ‘자연인’을 만나 그의 일상을 직접 체험해보기 때문이다. 불편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힘든 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연인’의 끈을 절대 놓지 않았다.
“1, 2, 3회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아직 파일럿 단계라서 완벽하게 구성이 짜여있는 것이 아니었고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SNS를 통해 이승윤이 나온 사진들이 유행처럼 돌아다닌다. 그 사진의 정체는 바로 ‘나는 자연인이다’의 한 부분이다. 과거 사진이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자연스레 ‘나는 자연인이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 사진들이 1, 2, 3회에서 나왔던 표정들이었다. 그게 SNS에 돌아다니면서 젊은 친구들이 나를 알게 됐다. 짤(사진) 덕을 많이 봤다. 내가 봐도 웃기더라. 한 8년 전 쯤 사진이 계속 얘기가 나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 짤들 속 얼굴이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정말 복잡했다.”
↑ ‘전지적 참견 시점’ 이승윤 사진=MBC ‘전지적 참견 시점’ 캡처 |
◇ PICK-SCENE ‘전지적 참견 시점’
‘이승윤’하면 떠오르는 프로그램으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전참시’에 합류하면서 훈남 매니저와 함께 큰 화제가 됐다. 이로 인해 일명 ‘도시 예능’이라 불리는 다수의 프로그램 섭외는 물론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원래 난 어르신에게만 인기가 많았다. 굉장히 좋아해주셨다. 그런데 ‘전참시’를 출연하면서 팬층이 넓어졌다. 어르신분들은 반갑게 맞아주시고 친근하게 맞아준다. 처음 보는 분들인데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대해주실 때가 있다. 어린 친구들은 사진을 찍자고 한다. 길을 걸을 때도 그러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표정 연습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에게 ‘전참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참시’ 이후 다른 프로그램 출연 소식이 많아지니 ‘나는 자연인이다’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이승윤은 절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는데, 한순간에 온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자연인이다’부터 응원을 많이 해주신 게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된거라고 생각한다. 난 앞으로도 더욱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잘할 생각이다.”
‘전참시’에서 이승윤과 강형석 매니저는 실제 형제 같은 케미를 보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혹시 또 방송을 통해 매니저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냐는 질문에 이승윤은 매니저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바빠지면서 (강)형석이와 여행을 간 건 산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같이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은 매일 갔으니 제주도 같이 바다로 가고 싶다.”
↑ 최근 이승윤이 MBN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MK스포츠 옥영화 기자 |
◇ 이승윤의 인생 PICK
이승윤은 지난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후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려왔다. 그 길고 많은 순간 동안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이 있을까.
“당연히 ‘헬스보이’로 데뷔했을 때다. 그때 기억이 정말 많이 있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내 첫 정식 코너 였다. 당시 정말 새로운 시도였는데도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다. 이게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것도 있다. 정말 의미 있는 코너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헬스보이’와 ‘나는 자연인이다’ 모두 낯선 콘셉트였다. 낯선 걸 처음 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승윤은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초반에는 욕심이 많았다. 근데 욕심을 내면서 살다 보니 삶의 지혜를 많이 얻었다. 나도 간접 경험을 많이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나. 그런 것들에서 성찰의 시간을 갖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미 일어나지 않은 걸 고민하지 않게 됐다. 그래서 부담감 보다는 편안하게 살았다. 또, ‘나는 자연인이다’ 경우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산으로 가니 오히려 힐링이 되는 느낌도 있었다.”
그는 가족과의 시간도 함께 꼽았다. 최근 꽤 많아진 스케쥴로 인해 종종 집에 늦게 들어가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촬영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간다. 그럼 늘 옆에 아들이 자고 있는데 잠결에 내가 집에 들어왔음을 느끼고 내 손을 꽉 잡아두저라. 그 순간 정말 행복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행복이다. 그 뭉클함을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