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Y캐슬’ 정준호는 “연기생활 25년 동안 이렇게 뜨거운 관심은 처음이다”며 행복해했다. 제공|공감 엔터테인먼트 |
“내 전공분야서 인정받으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공부했으면 판검사 됐을 텐데 하면서 말이죠.(웃음) 한증막서도 너덜너덜해진 대본 보면서 대사 적어 외우고…그래도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가 없더라고요.”
‘SKY캐슬’에 출연한 배우 정준호(49)는 “연기생활 25년 동안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아본 건 오랜만이다”며 인터뷰에 온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정의원’다운 매너였다. 어딜 가나 “3선 의원 대접을 받는다”던 그는, ‘SKY캐슬’을 계기로 “연기나 잘 하자는 생각도 하게 됐다”며 ‘허허’ 웃었다.
“‘정준호 씨 연기 이렇게 잘 하셨나요’ ‘딴 건 생각 말고 연기만 하세요’란 댓글들을 읽어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알겠다’는 답을 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배우로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몸은 피곤해도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나오더라고요. ‘아, 연기자는 연기자로 평가받고, 연기로 사랑받을 때 행복한 거구나’ 새삼 실감했습니다.”
지난 1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정준호는 극중 한서진(염정아 분)의 남편이자, 주남대학병원 정형외 과 교수 ‘강준상’ 역을 맡았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병원 기조실장 자리까지 간, 병원장을 눈 앞에 둔 승승장구 인물이었다. 성공과 출세, 명예만을 위해 달리던 그는 극 후반부에 숨겨진 친딸 혜나(김보라 분)의 죽음과 함께 엄청난 감정의 변화를 보여줬다.
이번 드라마를 위해 7kg를 감량하고, 난생 처음 콧수염도 길렀다는 그는 “강준상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최고 엘리트의 삶을 살아왔지만 부적응자 같은 느낌도 있었다. 시놉시스를 보고 까칠하고 시니컬한 분위기로 캐릭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제 딴에는 첫 촬영을 그렇게 준비하고 갔는데, 아니 여자 스태프들 반응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감독님도 처음엔 반신반의 하시더라고요. 첫 바스트 신 촬영 후 그제서야 만족하셨죠. 나이 든 느낌도 나고 캐릭터가 살아난다고요.”
↑ 정준호는 ‘강준상’ 캐릭터를 위해 7kg을 감량하고 난생 처음 콧수염도 길렀다. 제공| JTBC |
‘옥중화’ 이후 야심차게 선택한 작품, 그런데 예상치 못한 서운한 일이 생겼다. “다 준비하고 있었는데 제작발표회에 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내가 또 배우생활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껄껄 웃었다.
“아니, 포스터에도 제가 없는 겁니다. 다 똑같이 찍었는데, 여자들 사진만 나오더라고요. 주변에서 ‘너 오랜만에 드라마 한다더니 단역하냐?’ 농담으로 다들 그랬어요. 아, 처음부터 ‘드라마 핵심을 정확하게 딱 짚고 가는구나’ 싶었어요. 여배우 5명 포스터를 봤을 때 이 드라마를 어떻게 끌고갈지 선전포고하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방영 내내 주변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준호는 “우리 촬영장만큼 커피차 분식차 많이 온 곳이 없다”며 “부인들이 미쳐서 보니까 안 보던 남자들이 다 어쩔 수 없이 보는 거다. 하루는 커피차가 4~5개 와서 여기 가서 먹고 저기 가서 먹고 하루 커피 10잔을 마신 적도 있다”고 뒷이야기를 곁들였다.
촬영 내내 ‘스포일러’를 알고 싶어하는 질문 역시 지겹도록 받았다고 한다. 매번 드라마가 끝나면 수십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단다. 처음엔 서재 책상 위에 던져져 있던 대본이 서랍 속으로, 점점 더 찾을 수 없는 자신만 아는 곳으로 숨어들어갔다. 대본 유출 사태 이후엔 가족에게도 대본을 꽁꽁 숨겼다.
“와이프(이하정)도 저만 보면 매일 물어보더라고요. ‘남편인데 얘기해주지 않냐’고 주변서 다들 그런다네요. 장모님도 가까이 사시니까 매일 오셔서 ‘좀 알려달라’고 하셨고요. 하하. 그래도 얘기 못 해드리죠. 그래야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거니까요.”
↑ 첫 방송 후 1%대의 성적표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는 그는 “만감이 교차했지만 2회 시청률이 4%대로 나오면서 예능 촬영장이 됐다”고 돌아봤다. 제공|공감 엔터테인먼트 |
“다들 3%만 나와도 좋고 5%가 나오면 대박이라고 했는데, 점점 사랑 받으면서 다들 물만난 고기처럼 의욕과 열정이 넘쳤죠. 이렇게 대사 NG 없는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풀로 다 찍는데도 완벽하게 준비해오니까요. 모두 하나가 돼서 100m 전력질주를 하면서 깃발을 꽂는 분위기였어요. 감독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배우들의 연기를 또 믿어주셨고요. 심지어 아역들에게도 연기를 이렇게 해달라 요구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자신의 명예만 쫓던 강준상은 1년간 자신의 집에 입주해있던 혜나가 숨겨진 친딸이란 사실을 알고 뒤늦게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내 인생은 없고 빈 껍데기 뿐”이라며 어머니 ‘윤여사’(정애리 분) 앞에서 원망하듯 울부짖기도 했다. 급격하게 감정 변화를 겪는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잘 나가던 강준상의 인생에 갑자기 새 딸이 나타나면서 먹구름이 끼게 된 거죠. 어린 애 투정 부리 듯 연기했어요. 물불 안 가리고 남을 밟고 올라갔고 핵폭탄 사건이 터지자 고작 한다는 게 엄마한테 가서 화풀이 하는 거였죠. 혜나가 자기 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는 감정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연기하려 했습니다.”
병원장을 코 앞에 두고 사표를 내겠다고 선언한 그에게 어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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