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 사진=MK스포츠 김영구 기자 |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영화 ‘우상’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와 이수진 감독이 참석했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공주’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던 이수진 감독의 6년 만에 차기작이며,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수진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으로 “이전에 ‘한공주’ 때는 저 혼자 영화제를 많이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한석규 선배님은 같이 못했지만, 두 배우들과 함께해서 외롭지 않았다. 밤마다 독일 맥주도 마시고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흥미롭고 재밌었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참석했던 설경구는 “베를린 영화제는 처음이었다”면서 “천우희 씨 드레스가 강렬했다. 레드카펫과 의상이 헷갈려서 밟고 다녔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천우희 또한 “처음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해봤다.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로 가서 많이 떨렸는데, 첫 시사를 베를린 영화제에서 해서 감격스러웠다. GV시간도 뜻 깊고 좋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아쉽게 참석하지 못한 한석규는 “‘쟤(천우희)는 왜 빨간 걸 입어서 배경에 묻히게 입었나’ 싶었다”며 후배 사랑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예뻤다. 빠지게 돼서 섭섭했다. 후배들에게 일임을 했는데, 애 썼다”고 말했다.
↑ ‘우상’ 이수진 감독 사진=MK스포츠 김영구 기자 |
이수진 감독은 ‘우상’에 대해 “우상을 쫓는 남자가 있고, 본인이 그렇게 갖고 싶고 찾으려고 했던 것이 헛 것이었구나 깨닫는 한 남자가 있고, 그런 것조차 가질 수 없는 위치에 있는,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파워풀하고 무서운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소개했다.
‘우상’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 시나리오를 쓴 건 13년 전이었다. ‘한공주’하기 훨씬 전이었다. 잘 안됐던 것 같다. ‘한공주’를 하고 나서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손은 ‘우상’으로 간 것 같다. 지금 해야 하는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기획하게 된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시작점이 어디일까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그게 아마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 ‘우상’ 한석규 사진=MK스포츠 김영구 기자 |
차기 도지사 후보이자 모두의 믿음을 얻고 싶었던 남자 구명회 역의 한석규는 설경구와 ‘우상’에서 만난 소감으로 “오래 봐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더 좋다는 의미보단 연기자라는 직업이 부침이 심하다. 경구와 만난지 20여년이 됐는데, 맨 처음 봤을 때와 작품에서 봤을 때 한결같은 모습이 좋은 친구구나 느꼈다”면서 “‘우상’ 영화 현장이 만만치 않았다. 다들 극도로 예민해지는 일들도 많았다. 아쉬웠던 건 각자 맡은 파트가 있어 합은 많이 못 맞췄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신의 ‘우상’에 대해 “어머니가 생각난다. 저의 신체와 모든 말들, 생각, 가치관 등에 가장 큰 영향을 주셨던 분이다”이라고 밝혔다.
↑ ‘우상’ 설경구 사진=MK스포츠 김영구 기자 |
설경구는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아버지 유중의 역을 맡았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한석규에 대해 “한석규 선배는 제가 영화를 막 시작할 때 한국영화를 홀로 짊어졌다. 저의 우상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영화, 연기를 하는 모든 분들의 우상이었을 거다. 제가 한석규라는 이름 석 자를 평가할 건 아닌 것 같다. 한석규는 역시 한석규였다”면서 “한석규 선배와 붙는 씬이 많지 않는데, 각자의 영역이 있어 감독님이 잘 버무렸다. 가끔 형님을 현장에서 뵈면 여전히 후배랑 연기하면서도 배려와 유연함이 있다. 제 성격이 급한데 그걸 많이 눌러주셨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설경구는 자신의 ‘우상’을 묻는 질문에 “맹목적이고 그런 의미에서의 우상이라면 제가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연기라는 일이 맹목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계도 느끼면서 좌절도 느끼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고, 조금 괜찮으면 애처럼 좋아하고 안 되면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하고. 연기라는 게 제 인생에 나이 먹으면서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우상’ 천우희 사진=MK스포츠 김영구 기자 |
중식의 아들 부남이 사고를 당한 날 같이 있었던 여인 최련화 역을 연기한 천우희는 ‘한공주’에 이어 ‘우상’에서 이수진 감독과 재회한 소감으로 “감독님의 차기작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관객으로서 팬이기 때문이다. ‘한공주’에 이어 ‘우상’의 시나리오를 저에게 건네주셨을 때 감격스러웠다. 왜냐면 ‘한공주’ 덕분에 제가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감독님한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 ‘우상’의 캐릭터도 욕심이 많이 났었다. 이 영화하기 전에 열의가 불탔었다. 설레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맡은 최련화 역은 아마 전무후무한 캐릭터인 것 같다. 그래서 겁이 났는데, 저의 새로운 모습도 궁금하기도 했고, 감독님과 ‘한공주’에서 함께 했기에 저의 새로운 모습을 어떻게 그리실지 기대가 됐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천우희 또한 자신의 ‘우상’으로 ‘연기’를 꼽았다. 그는 “저도 연기인 것 같다. 맹목적이고, 극단적으로 사람이 변할 수 있는 것,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꿈을 이루는 건데, 완벽한 연기라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도달하려고 하지 않나”라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석규, 설경구와 함께 연기한 소감으로 “저는 배우는 입장이다. 현장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선배님들 옆에서 지켜보면서 잘 따라가려 했다. 심적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한 축을 맡고 있고, 그만큼의
‘우상’은 오는 3월 개봉한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