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김소년이 데뷔 첫 자작곡 'fate'로 돌아왔다. 사진|강영국 기자 |
하루에도 십수명의 가수가 쏟아져나오는 컴백 러시 속, 늦겨울 공개된 가수 김소년(33·본명 이상곤)의 신곡 '페이트(fate)'의 여운이 길다.
'페이트(fate)'는 외로움 속 그리움의 대상에게 하는 화자의 독백을 담은 곡. 누군가에겐 이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흔한 감성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조금 비틀어보면 곡명 'fate'가 뜻하는 운명, 나아가 '숙명'이란 의미처럼, 화자가 그리워하는 건 그 자신이다.
자기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며 노래에 대한 숙명을, 인생을 이야기한 김소년. 노래를 곱씹을수록 그가,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직은 대중에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2007년 보컬그룹 투로맨스로 데뷔한, 어느새 13년째 활동 중인 가수다. 투로맨스 당시 고니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김소년은 2010년대 들어 솔로로 전향하며 에이키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현재의 활동명으로 대중 앞에 서고 있다.
"소년의 감성을, 순수한 음악을 하자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마흔 살이 돼도, 70대가 돼도 늘 소년의 마음을 간직하자는 의미죠."
↑ 가수 김소년은 과거 큐브엔터테인먼트 연습생 당시 서은광(비투비)의 보컬 선생님으로 활약한 이력의 소유자다. 사진|강영국 기자 |
의도치 않게 가수 활동에 쉼표가 찍어진 기간, 김소년은 '선생님'이 됐다. 경기도의 한 대안교육기관(꿈의학교)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과정을 거치며 "나 역시 꿈을 떠올렸다"고 했다.
"정형화된 수업의 형태가 아니고 놀면서 음악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수업이 진행됐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보며 한동안 멀어졌던 저의 꿈도 다시 떠올리게 됐죠. "
현 소속사(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를 만나 다시 음악 작업을 시작했을 즈음, 공교롭게도 뮤지컬 '미드나잇'에 캐스팅 된 김소년은 자유로운 뮤지컬 작품을 통해 제대로 '몸을 풀었다'. 그리고 야심차게 내놓은 곡이 'fate'다.
곡에 대해 김소년은 "해석하기 나름의 곡이지만, 본인이 어느 입장,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나 자신에게 노래했다"며 노래에 대한 숙명 같은 이끌림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 가수 김소년은 노래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을 담은 신곡 'fate'가 숙명과도 같다고 소개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데뷔 전, 그는 큐브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다. 지금은 비투비 소속사로 유명하지만 명품 보컬그룹 2AM을 내놓은 그 곳에서, 김소년은 가수의 꿈을 키웠다. 연습생 신분임에도 남다른 보컬 실력을 자랑한 그는 비투비 서은광의 보컬 선생님이기도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계속 있었으면 아마 2AM으로 데뷔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희미한 미소를 보인 그는 개인적인 목마름으로 큐브를 떠났다. "어린 나이에 친구들을 가르쳤는데, 저도 모르게 연습생 마인드가 많이 무너졌어요. 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쪽으로 기울었죠. 그게 천직이라고도 생각했는데, 갈망이 너무 크게 왔어요. 노래를 하고 싶었는데 아이돌 준비를 하느라 춤을 춰야 하는 것도 힘들었죠. 물론 지금 돌아가면 열심히 할 수 있겠지만요(웃음)."
큐브를 박차고 나온 뒤 십수년째 그는 끊임없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뭐야'를 자문해왔다. 이후에도 꾸준히 노래했지만 아이돌 위주로 재편된 가요계에서 발라드 솔로 가수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과감하게 떨치고 나온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쳐 데뷔한 아이돌 후배들은 도리어 승승장구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김소년은 끝없는 고뇌 그리고 맘 같지 않은 극단적인 환경과 처절하게 싸워왔다.
↑ 가수 김소년이 오기와 끈기로 버틴 지난 13년을 떠올렸다. 사진|강영국 기자 |
'이렇게 눈을 감으면/들려오는 목소리/꿈꾸던 그 시절 속으로/돌아갈 수 있다면/(중략)/행복했던 내 서랍 속 사진 속 너의 미소/가득하게 영원히/이 노래를 속삭이고 또 사라져/작은 어깰 감싸고/위로해 주던 네가 그리워/(후략)'
김소년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fate'는 보편적인 발라드 장르에 신디사이저 소스를 강화해 특별한 느낌을 준다. 피아노 선율과 중독되는 멜로디 라인이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다.
뮤직비디오에 김소년과 함께 등장하는 무용수는 또 다른 자아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하염없이 맑았던 추억과 대비되는, 지금은 힘들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어요. 상상 속의 나인데, 내가 나를 지키고 있는 거에요. 그를 마주치는 순간 '아 내가 있었구나'를 깨닫게 되는, '내가 너를 이렇게 지키고 있다'는 걸,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사를 통해 노래에 대한 절실함과 간절함을 꾹꾹 담아냈지만 보컬은 담담하게 했다. "너무 내 감정에 빠져 부르면 대중적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 혼자 빠져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계속 듣고 곡에 빠져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일차적으로 부담스러우면 안 되잖아요. 감정을 절제하며 불렀는데 결과적으론 잘 나온 것 같아요.".
↑ 가수 김소년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 곳곳에 K팝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
다시 노래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찬 마음"이라고 반색한 김소년은 "국내에서는 노래가 나온 줄 잘 모르시지만 오히려 외국 분들이 좋아해주신다. 외국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잠이 잘 안 올 정도"라고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글로벌 시대에 맞춰, 향후 활동은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으로 이어간다는 각오의 김소년. 그는 최근 업무차 남미 여러 국가를 다니며 K팝에 열광하는 수많은 현지인을 목도한 경험을 떠올리며 "K팝을 사랑하시는 분들과 보다 가까이서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단한 공연이 아니어도, 작은 곳에서라도 내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보여주고, K팝을 사랑하는 세계 각국의 많은 분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좋은 영향을 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난 김소년. 그의 겨울은 'fate'와 함께 끝났다. 이제, 봄이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