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JCP ‘아무도 없는 곳’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장편영화 제작 프로젝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9’를 통해 김종관 감독의 신작 ‘아무도 없는 곳’을 선보인다. 감독은 이전보다 한층 더 극단적인 연출과 영화 형식을 통해 흐릿하면서도 선명한 테마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극 중 창석(연우진 분)은 영국에서 결혼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네 명의 인물 미영(이지은 분), 유진(윤혜리 분), 성하(김상호 분), 주은(이주영 분)을 만나 제각각의 사연을 듣고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영화는 인물 저마다에 챕터를 부여한다. 각 인물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 방을 가진 채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사소하게 털어놓으며, 이때 창석은 주로 청자의 입장에 놓인다. 김종관 감독의 전작 ‘더 테이블’과 비슷한 지점이 많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는 점, 여러 대화로 이우러졌다는 점 등이 그렇다. ‘아무도 없는 곳’ 역시 각 인물마다 공간이 존재한다. 미영은 시티커피, 유진은 공원, 성하는 카페, 주은은 바(Bar)다. 그리고 창석은 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
↑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JCP ‘아무도 없는 곳’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첫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미영의 시티커피는 아련하고 아픈 향수다. 미영은 창석과 첫 만남부터 어딘가 묘하고 미심쩍은 기분이 들게 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대화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의심하게 만드는데, 이는 머지않아 해소되며 이후 짙은 여운을 남긴다.
유진은 어쩌면 자신에게 있어 가장 아팠을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덤덤하게 말한다. 창석과 함께 한 공원에 어스름이 깔릴 때까지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시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해서 더 먹먹하다. 성하도 마찬가지다. 그저 아는 사이인 창석과 성하는 한 카페에서 조우하고, 그는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를 천진난만한 얼굴로 털어놓는다. 성하의 이 사연을 다 믿어야 하나 싶을 정도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카페를 나서는 성하의 뒷모습은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바텐더로 일하는 주은은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타인의 기억을 수집한다. 이때까지 청자로 존재한 창석은 주은에게 한 잔 술을 받는 대가로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를 말한다. 그의 이야
이후에는 창석의 장이 펼쳐진다. 창석의 이야기는 현실과 꿈을 오가지만 변함없는 진심을 담고 있다. 그리고 네 명의 이야기를 듣던 창석의 진짜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엔딩 이후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한다.
전주=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