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 출연 중인 테이. 제공ㅣ쇼온컴퍼니 |
가수 겸 뮤지컬 배우 테이(본명 김호경, 36)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 이어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연출 추정화, 이하 ‘루드윅’)로 관객들을 찾는다.
뮤지컬 ‘루드윅’은 천재 음악가 베토벤이 아닌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존재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했던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에서 공연된다.
테이는 ‘루드윅’에서 음악을 넘어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음악의 거장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역을 맡았다. 루드윅 역 중 유일하게 재연에 새롭게 합류한 테이는 서범석, 김주호, 이주광과 다른 새로운 루드윅의 매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테이는 “이상하게 첫 공연부터 떨리지 않았다”며 남다른 첫 공연 소감을 밝혔다. “사실 전작인 ‘여명의 눈동자’와 ‘루드윅’ 연습이 겹치면서 연습을 많이 하진 못했는데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어요. 루드윅의 감정들이 편하게 받아들여진 부분이 많아서 인 것 같아요. ‘이렇게 해야겠다’고 머릿속에 그려놓은 것들이 잘 맞아 떨어진거죠. 첫 공연을 올리고도 기분이 개운했고, ‘이렇게 계속 달리면 되겠다’는 에너지가 생기더라고요. 매번 공연이 기다려져요.”
테이는 지난 4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 장하림 역으로 출연했다. 4월 9일 개막한 ‘루드윅’과 일정이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테이가 ‘루드윅’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명의 눈동자’에 출연하고 있을 때 ‘루드윅’ 초연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루드윅’ 초연에 함께한 이주광, 김려원 배우가 제가 데뷔했던 뮤지컬 ‘셜록 홈즈’를 같이했던 배우들이거든요. 이 배우들이 제가 연기에 욕심이 있는 걸 아니까 ‘루드윅’을 꼭 보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당시에 장하림이라는 역할에 몰입해 있을 때라 외국인물이 마음에 들어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루드윅’을 보니 마음이 너무 뜨거워졌어요. 욕심내서 참여하게 됐죠.”
’음악의 성인(聖人)’이라 불리는 베토벤은 클래식에 낯선 관객들에게도 너무나 친숙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베토벤의 위인전을 읽어봤을 터. 또 그의 이름만큼 그의 명곡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너무 익숙한 인물이라 오히려 연기가 힘들 수밖에 없을 텐데도 루드윅 캐릭터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베토벤과 테이가 닮은 부분이 있어서”라고.
“베토벤이라는 인물은 학대받으면서 음악 교육을 받았지만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버릴 수 없었어요. 그런 고통과 사랑, 이질적인 것들이 제 삶 안에도 있었거든요. 저 역시 음악을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아파서 못하겠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걸 결국 음악으로 해결했었죠. 그런 포인트들이 맞았어요. 그래서 베토벤을 연기 해보면 좋겠다고 욕심이 났어요. 또 배우로서의 에너지를 터뜨릴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 역시 욕심이 났고요. 베토벤은 클래식 음악계의 히어로잖아요. 히어로의 음악적 고뇌를 담은 이야기였다면 연기가 힘들었겠지만, 인간관계 속의 괴로움을 표현하는 거라 어렵지 않았어요.”
↑ 테이는 "베토벤과 테이가 닮은 부분이 있어서 `루드윅`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공ㅣNOS엔터테인먼트 |
“처음에 하고 싶었던 건 청년 루드윅이었어요. 처음 말씀드리는건데, 저는 계속 청년을 하겠다고 했어요. 아직 제 나이가 루드윅을 하기엔 인위적으로 만들어야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연출님과 대표님의 그림 속에서는 제가 루드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계속 설득해주셨어요. 얻는 게 많을 거라고 설득당했죠. 실제로 해보니 잘한 것 같아요. 청년은 제가 할 수 있는 거라서 특별한 걸 배우기보단 쾌감 정도를 느낄 수 있었을 거예요. 반면 루드윅은 배우고 가져갈 수 있는 게 많았죠.”
루드윅을 표현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기존 테이의 이미지를 버리는 것이었다. “4명의 루드윅 중 가장 나이가 어리고, 대외적인 이미지도 있으니까요. 과연 나이 들고 괴로운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의문이 있었죠. 기존 테이의 이미지를 버리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런 고민들이 많이 해결된 것 같아요. 실제로 무대를 보시곤 ‘테이가 잘하더라’라는 평가보다 ‘작품 자체가 좋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든 것 같아 뿌듯함이 있어요.”
테이는 앞으로 두달여 남짓 루드윅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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