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스트’ 포스터 사진=NEW |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잡아온 강력반 에이스 한수(이성민 분)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를 잡기 위해 돌진하는 이야기다. 한수는 마약 브로커이자 정보원 춘배(전혜진 분)의 살인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용의자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한수의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가 이 사실을 눈치 채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형사 생활만 수십 년인 한수는 여고생의 죽음이 연쇄살인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무고한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이 형사의 집념 혹은 욕망은 스스로를 위험한 거래로 밀어 넣는다. 춘배의 살인을 은폐한 대가로 얻은 고급 정보는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되고, 범인의 실체에 다가갔다고 착각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를 위해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한 탓에 심적 고통은 나날이 심해지고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온 건지 모를 답답한 심정만 이어진다.
가뜩이나 골치가 아픈 와중에 동료이자 적인 민태가 한수의 숨통을 더욱 조여 온다. 극적 흥미는 이 지점부터 발생한다. 극 초반 민태는 오히려 한수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해 보이던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오롯이 느끼고, 원하는 바에 눈을 떠버려 한수의 몸통을 부여잡고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민태가 한수를 안타까워하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갈 때, 결국 두 인물 모두 욕망에 먹혀버린 인간에 불과하다는 울림이 묵직하게 와 닿는다.
↑ 영화 ‘비스트’ 스틸컷 사진=NEW |
‘비스트’ 속 비극의 발단은 연쇄살인범을 잡겠다는 인물의 의지다. 바로 이 의지가 집착이 되고 욕망으로 번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할 수 있기에 한수와 민태가 욕망을 품은 건 문제될 바가 아니다. 선과 악의 기로에 놓였을 때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비탈길에 들어선 두 사람은 서로 쫓고 쫓기며 숨통을 조이는 매순간 자기 안의 짐승을 꺼내 발버둥 친다.
두 인물의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