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침침한 시작, 더 암울한 끝. 치명적인 오점은 없지만 강렬한 강점도 없다. 가장 아쉬운 건 ‘진범’을 찾고도 전혀 카타르시스가 없다는 것. 쏟아지는 스릴러 속에서 퇴보도 전진도, 개성마저도 없는, 그저 피로한 스릴러 ‘진범’이다.
절친한 친구가 아내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됐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혼란 속에서 그는 진범이 아니라는 친구의 아내. 사건이 벌어진 그날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의자의 아내와 손을 잡아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진범’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이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의심을 숨긴 채 그날 밤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공조하는 추적 심리 스릴러다.
명백한 증거로 인해 용의자가 된 준성(오민석)과 그는 절대 아니라는 ‘다연’은 무죄를 입증해줄 단 한 명의 인물, 피해자의 남편인 ‘영훈’에게 도움을 청한다. 패인이 돼버린 ‘영훈’은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껴 진실을 찾아가던 중 끝없는 의심에 휩싸이고, 뜻밖의 목격자 상민(장혁진)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관객은 영훈의 시점을 쫓아 ‘진범’을 찾아가는데 어쩐지 쉽게 몰입이 되지 않는다. 절친한 사이였다는 네 사람의 관계부터 그날의 진실을 둘러싼 인물들의 사연, 하나둘씩 벗겨지는 비밀들은 하나같이 진부하다. 얽히고설킨 치정은 피로도를 상승시키고 스릴러의 긴장감은 중반부 이후 아예 사라진다. 오히려 밝혀진 ‘진범’에게 가장 공감이 갈 정도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유선은 이번에도 높은 기대치를 충분하게 충족시킨다. 다층적인 인물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며 깊은 내공의 힘을 다시금 증명해낸다. 반면 송새벽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조로운 리듬 속에서 무대 위 독백을 보는 듯 관객과의 소통이 단절된 느낌을 줘 아쉬움이 남는다. 두 인물 사이의 긴장감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가 됐어야 했지만, 그것이 실패하다 보니 밋밋하고 지루한 여정이 될 수밖에.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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