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미국 출신 영화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는 줄곧 소재만 달리하여 로맨스 영화를 찍어왔다. 때로는 실제 경험을 밑바탕 삼아 감정을 담아내 장벽 없는 공감을 이뤄내고, 사랑의 본질과 인간의 심연을 깊이 탐구한다.
현실에 발을 붙인 인물과 판타지 속 인물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그리는 드레이크 도리머스의 방식은 신선하며 생생하다.
◇ 간략한 스토리라인으로 완성한 ‘라이크 크레이지’(2011)
‘라이크 크레이지’는 국내 개봉 없이도 영화팬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제27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과 동시에 국내 개봉이 확정됐고, 감독과 작가의 공감대 높은 스토리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포스터 사진=(주)팝엔터테인먼트 |
서로 비슷한 점이 없어 보이는 애나와 제이콥은 강한 끌림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영국 출신 유학생 신분인 애나의 비자가 만료되고, 제이콥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계속해서 미국에 머물다 결국 미국 재입국 불가 신세가 된다.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던 두 사람은 많은 연인이 그렇듯 연락이 뜸해지다 이별하게 된다.
애나와 제이콥은 헤어진 후에도 서로를 향한 그리움을 느낀다. 애나의 요청에 제이콥은 그를 만나러 영국으로 향하지만 사랑의 재확인도 잠시일 뿐 이별의 순간은 금세 찾아온다. 그렇게 제이콥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애나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세련된 스타일의 ‘라이크 크레이지’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영화다.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애나와 제이콥은 수년의 시간을 보내는데, 감독은 그 세월 속 만남과 이별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시나리오 대신 50페이지 분량의 간략한 스토리라인만 준비한 채 배우들의 대사도 즉석에서 만들었다. 그 덕에 생생한 현실감은 배가됐고 설득력도 높아질 수 있었다.
↑ 영화 ‘이퀄스’ 포스터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 감정이 메마른 곳에서 피어난 사랑 ‘이퀄스’(2015)
모든 감정이 통제되고 사랑이 범죄가 된 감정통제구역이 존재하는 먼 미래가 ‘이퀄스’의 배경이다. 감정을 느낀 인간, 즉 감정보균자는 치료가 필수적이고 호전을 보이지 않으면 격리된다는 룰을 가진다.
어느 날 사일러스는 동료의 투신 현장에서 니아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 그가 감정보균자라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사일러스는 줄곧 니아의 주변의 맴돌고, 끝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로맨스, SF 장르로 분류되는 ‘이퀄스’에서 중요한 건 감정의 여부다. 사랑을 비롯한 모든 감정은 인간의 생산성을 낮추는 요소로 여겨진다. 그 탓에 영화의 공간은 미니멀 하게 표현되고 컬러의 사용도 단조롭다. 로맨스의 ‘로’자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은 이 공간에서 두 인물은 인간 본연의 사랑을 느끼고 점차 서로에게 빠져든다. 미니멀한 설정은 사일러스와 니아의 로맨스를 부각하는 데 좋은 설정이다.
‘이퀄스’는 전작인 ‘라이크 크레이지’와 결을 달리하지 않는다. 인간이 사랑에 빠지면서 느끼는 위태로움과 불안이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니콜라스 홀트의 얼굴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카메라는 배우의 겉모습뿐 아니라 심연까지 비추는 듯한 인상을 안긴다.
↑ 영화 ‘조’ 포스터 사진=(주)팝엔터테인먼트 |
◇ 인간을 사랑하게 된 ‘조’
드레이크 도리머스가 지난 2017년 개봉한 ‘뉴니스’ 이후 빠르게 신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는 로맨스 영화 ‘조’는 인간을 사랑하게 된 로봇의 감정을 그린다.
지난 11일 개봉한 ‘조’는 자신이 로봇이라는 걸 모른 채 인간 콜을 사랑하게 된 조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로맨스 영화로 레아 세이두와 이완 맥그리거가 각각 조와 콜
소재 변주를 통해 로맨스 영역을 구축해온 감독의 이번 영화는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가 배경이다. ‘이퀄스’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퀄스’보다 훨씬 따뜻한 감성을 스크린 가득 풀어내고 점점 사랑에 빠져드는 두 인물의 감정이 진짜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