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멜랑콜릭`의 제작사 대표 츠지모토 코우지(왼쪽)와 다나카 세이지 감독이 부천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밝혔다. 제공|V-NECK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이하 부천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블루 부문 공식 초청작 ‘멜랑콜릭’의 제작 및 배급사 V-NECK·진구마에 프로듀서 츠지모토 코우지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멜랑콜릭’의 다나카 세이지 감독과 배우 미나가와 요우지, 요시다 메부키 등과 함께 지난 7일 폐막한 부천영화제에 참석,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영화 ‘멜랑콜릭’은 현역 IT업계 샐러리맨 다나카 세이지 감독의 첫 장편 작품이다. 명문 대학 졸업 후 시간을 흘려보내던 주인공 카즈히코(미나가와 요우지)가 자신이 일하게 된 목욕탕이 문을 닫은 심야에는 ‘사람을 죽이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올여름 ’업클릭 시부야’, ’업클릭 키치죠지’ 등 상영관을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멜랑콜릭’은 변화무쌍한 전개와 흥미진진한 스토리, 몰입도 높은 서스펜스 코미디로 호평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일본 감독상을 받았으며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 최우수 신인 감독상, 독일 닛폰 콜렉션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츠지모토 코우지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멜랑콜릭’이 일본에서 제2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지난해 일본에서 히트한 저예산 영화다.
츠지모토 코우지 대표는 “물론 두 영화가 전혀 다르다”면서도 “저예산이라는 부분과 배우들이 유명한 사람이 아닌 점, 자기들이 직접 만든 영화라는 점 등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어 제2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로 주목받고 있다. 올여름 일본에서 개봉하는데, 부천영화제에 꼭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멜랑콜릭’의 감독인 다나카 세이지는 “부천영화제는 꼭 오고 싶었다. 실제로 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 한국 영화의 팬이다. 실제로 이 영화의 액션신은 한국 영화 액션에 영향을 받았다. 원빈이 출연한 ‘아저씨’를 참고했다”며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좋아한다. 언젠가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배우 요시다 메부키도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한국 영화도 좋아한다”며 올여름 한 달 동안 한국 대학교의 어학당을 다닐 예정이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 이소자키 요시토모(왼쪽)와 미나가와 요우지는 다나카 세이지 감독과 의기투합해 영화제작 유닛을 만들고, 첫 영화로 `멜랑콜릭`을 선보였다. 사진|`멜랑콜릭` 스틸 |
‘멜랑콜릭’은 주인공 카즈히코 역을 맡은 배우 미나가와 요우지, 미국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한 후 IT업계에서 근무하던 다나카 세이지 감독, 배우 겸 총기 도검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소자키 요시토모 3명의 1987년 동갑내기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영화 제작 유닛 ’원구즈(One Goose)’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미나가와 요우지는 “일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시작되는 일이 없지 않나. 그렇다면 제작을 해보자는 기분으로 시작했다. 감독님이 각본을 쓰셨고 영화 속 금발로 나오는 이소자카 요시토모와 제작사를 설립하고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다나카 세이지 감독은 “처음에는 어떤 내용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액션 요소를 넣고 싶었는데, 저예산으로 액션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살해 현장을 마법처럼 청소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를 보며 영향을 받았고, 평소 우디 앨런 감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러한 요소들을 영화 속에 섞으면서 지금의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츠지모토 코우지 대표는 ‘멜랑콜릭’의 주요 배경이 목욕탕인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목욕탕이라는 것이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의 출입구가 되는 것”이라며 “예산이 없기도 했고, 목욕탕을 집중적으로 쓰면 작품상 좋은 전환이 될 거 같았다”고 부연했다.
미나가와 요우지는 “고학력 주인공이 정식 취직을 안 하고 시간을 보낸다. 신기한 건 해외 영화제에서 인터뷰하면 꽤 많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하더라. 이탈리아에서도 그랬고, 한국도 그런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실제로 영화 속 주인공이 어느 나라에나 있다”며 많은 사람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나가와 요우지(왼쪽)와 요시다 메부키가 함께 작업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멜랑콜릭' 스틸 |
다나카 세이지 감독은 “‘멜랑콜릭’은 배우들의 매력이 큰 영화”라며 “배우들이 각자 역할을 잘했다. 이소자키 요시토모가 액션을 잘해줬고, 미나가와는 고학력이지만 무기력한 주인공을 잘 연기해줬다. 유리를 연기한 요시다 메부키도 사랑스럽게 연기를 잘 해줬다. 배우들의 힘이 컸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미나가와 요우지는 “프로듀서를 하면서 연기를 한다는 건 재미있었다. 우리들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크다. 그런 걸 실감하면서 제작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가 더 컸다”고 말했다.
요시다 메부키도 “촬영하면서 힘든 건 없었다. 목욕탕이 추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미나가와 요우지와 연기 호흡에 대해 “너무 잘 맞았다”고 덧붙였다.
미나가와 요우지도 “리허설을 별로 하지 못했다. 바로 촬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시다 메부키가 잘 적응하는 스타일이라 잘 됐던 것 같다”며 상대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나카 세이지 감독은 ‘멜랑콜릭’이 한 달 동안 주말에만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 안에 상대 배우와 잘 호흡할 수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며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소극장에서 연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았다. 실제로 리얼타임으로 바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들이었다”고 말했다.
요시다 메부키는 다나카 세이지 감독에 대해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감독님이 배우들 기분을 많이 생각해줬고, 저도 즐기면서 만들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미나가와 요우지 역시 “배우들에게 믿음을 주는 감독님이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최저 라인을 지켜주면 간섭을 하지 않았다. 배우를 믿어줬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감독님이었다”고 치켜세웠다.
다나카 세이지 감독은 ‘멜랑콜릭’을 제목으로 한 이유에 대해 “우울이라는 뜻을 가졌다. 그런데 발음의 느낌이 귀엽다. 우울하긴 하지만 사랑스러운 느낌의 이 영화를 잘 표현해준다”며 “인생은 우울한 부분도 있지만 귀엽고 행복한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을 영화에 매치했다. 우울한 현대인이 많은데, 우리 영화는 결코 우울한 영화는 아니다. 자기 행복을 찾아서 행복해지자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 영화 `멜랑콜릭`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이 부천영화제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했다. 제공|V-NECK |
배우 출신 츠지모토 코우지 대표는 “밸런스를 맞추려고 기획 일을 하게 됐는데, 프로듀서 일이 내게 더 잘 맞는 걸 알게 됐다. 연극 무대라든가 전체적인 구성을 하는 것이 나와 맞더라. 배우도 키우고 있다. 유키 쇼우지라는 친구인데 한국 영화를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배우를 해봤기 때문에 배우의 기분을 잘 안다. 배우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그런 부분에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 장점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츠지모토 코우지 대표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기도 한 연극 ‘날 보러와요’의 일본 초연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는 “‘살인의 추억’을 좋아했다. 원작자인 김광림 선생님께 일본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9월 신국립극장소극장에서 재연을 한다. 규모도 더 커지고 연출자도 바뀐다. 이 극장에서 한국 작품은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미나가와 요우지는 “배우 송강호를 좋아한다”고 했다. 요시다 메부키는 “김혜수 김고은을 좋아한다. 마동석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럽게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호흡을 맞춘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기생충’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다나카 세이지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며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츠지모토 코우지 대표는 “드디어 아시아의 시대가 온 것 같다. 작년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올해 봉준호 감독이 상을 받았다. 미국이나 유럽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가 하나하나의 작품으로 그들을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시아
츠지모토 코우지 대표는 다나카 세우지 감독과 함께 다음 작품은 일본을 벗어나 한국에서도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아이디어를 낸 건 봉준호 감독이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향도 있다”며 “세계를 무대로 영화를 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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