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보좌관’에서 정치미생 ‘한도경’을 연기한 김동준. 제공|메이저나인 |
배우 김동준(27)은 의욕적이었다. 약속시간 보다 15분 먼저 라운드 인터뷰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제가 너무 빨리 왔나요?” 머쓱은 듯 물었지만,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표정이었다. 어느덧 데뷔 9년차에 접어들었건만 아직도 막 데뷔한 신인 같은 모습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공기를 타고 전해져오는 풋풋한 향기는 그대로였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보좌관’에서 그는 인턴 ‘한도경’을 연기했다. 송희섭(김갑수) 국회의원실 인턴이자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을 오랫동안 동경해온 인물. 어리버리한 사회 초년생이지만, 소신을 갖고 첫발을 내디딘 ‘정치 미생’이었다.
김동준은 “인턴 역을 하면서 제 연습생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세상에 첫발을 내딛었던, 울타리 밖을 나온 시점이 연습생 시절이었거든요. 모든 순간이 긴장이었죠. 그래서 그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감독님과 많은 얘길 나눴어요. 근데, 감독님이 계속 여유 없이 긴장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웃음)”
김동준은 요즘 시즌1을 끝내고 시즌2를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 경기로 치면 지금이 전반전을 끝내고 15분을 쉬는 시간이다. 후반전을 위해 재정비를 하는 느낌”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보좌관’은 그에게 특별하고도 잊을 수 없는 드라마였다. “첫 대본 리딩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눈물이 펑펑 났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현실적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일단 꽃미모를 포기했다. 촬영 내내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다. 대신 “실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일반인 친구들과 매일 통화하며” 그들의 패션, 헤어스타일까지 꼼꼼하게 물어보고 체크했다.
체중도 4kg 정도 감량했다. “운동을 했더니 몸이 자꾸만 커지더라. 배역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근육운동을 끊고 유산소 운동만 했더니 몸무게가 저절로 빠졌다”고 했다.
↑ ‘한도경’은 김동준이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제공|메이저나인 |
“아니 ‘저런 친구가 어딨어’ 할 수 있겠지만,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다 생각해요. 도경이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패기가 있어요. 또, 이 친구는 순수해요. 사회에 첫 발을 뗐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큰 수확은 동경해오던 이정재를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했다는 것.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배움의 연속’이었다.
“김동준이란 사람이 이정재 선배님을 바라볼 때, 완전 동경의 세상이죠. 한도경이 장태준(이정재)을 바라볼 때도 마마찬가지에요. 비슷해요. 그런 마음을 숨기지 않으려고 했죠.”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말을 잘 못한다”는 그는 “막상 눈 앞에 계시니 입이 잘 안 떨어지더라”며 웃었다.
“이정재 선배님이 회식 때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동준아, 나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대로 편하게 (연기)해’. 그 말을 해주시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사람 바라기가 된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었죠. 매너도 좋으시고, 수트핏은 워낙 10년 전부터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본인의 연기 뿐 아니라 전체를 보면서 얘기해주니까 감독님도 ‘너도 나중에 저런 배우가 돼야 돼’ 하셨어요. 현장에서 참 많이 배워요. 김갑수 선배님은 촬영장 분위기를 재밌게 해주시다가도 슛 들어가면 누가봐도 송희섭 의원이세요. 현장에서 계속 꿈을 꾸게 됩니다. 저 위치에 있는 분들은 ‘이유가 있는 거구나’ 매번 감탄하면서요.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 김동준은 “동경해오던 이정재를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했다”는 것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제공|메이저나인 |
김동준은 이번 드라마를 하며서 정치에 무심했던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감독의 권유로 법안 및 국회 구조에 대해 느낀 점을 레포트로 작성해보기도 하고, 국회의원실 두 곳을 돌아다니며 인턴 비서 보좌관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제가 기계치라서 타자가 느려요. 일주일 내내 쳤어요. 우리도 사회 일원으로서 도움이 되었어야 하는데 모르고 살았구나, 정치에 무관심했던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김동준은 11월 시작하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시즌1이 파격적으로 끝나 더 많은 기대를 해주실 것 같다”면서 “이엘리야(윤혜원)와의 러브라인도 아주 많이 기대
“시즌2에선 한도경이 어떤 성장을 보일지 저도 궁금해요. 현실적이지 않다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친구가 바라보는 세상 관점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흔들릴 순 있겠지만, 흐려지진 않았으면 좋겠고요.”(인터뷰②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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