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는 아니지만, 형만큼 괜찮은 아우다. 평범한 아이들의 아주 특별한 가족 사수 프로젝트, ‘우리집’이다.
전작 ‘우리들’로 극찬을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이 뜨거운 기대와 관심 속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번에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들의 섬세한 내면을 따뜻하고도 진지하게 담아내고자 한 감독의 진심이 물씬 느껴지는 한편, “(전작의 성공으로 인해)미치는 줄 알았다”던 심적 부담감 때문인지, 메가폰이 이에 살짝 붙잡힌 듯하다.
영화는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그린다. 아이들의 세계를 통해 어른들이 쉽게 지나치고 잊고 지내왔던 문제들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윤가은 감독의 신작.
“전작이 매우 감정적인 드라마였기 때문에 ‘우리집’에서는 움직이는 이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깥으로 에너지를 쏟아가며 애쓰는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가족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든 스스로 풀어가려고 고군분투 하는 아이들의 소소한 듯 다이나믹하한 여정을 담는다.
아이들이 겪는 문제들이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시시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아이들에겐 세상이 무너지는 듯 진지한 문제임을, 아이들의 편에서, 그 시선에서 그 문제들이 결코 시시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말하고 또 위로한다.
아이들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단지 부모가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책임져야만 하는 존재는 아니라고, 가족을 구성하는 당당한 일원으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어떻게든 가족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 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안쓰러운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가족’의 의무를, 지치고 무감각해진 어른들의 의도치 않은 실수들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다만 감독의 이 같은 진심과 시선과는 별개로 그것을 스크린 위에 구현하는 방식은 다소 아쉽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흩어진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톡톡 살아 숨 쉬어야 할 구간과 묵직해야 할 구간 간의 어울림이 썩 조화롭지 못하고, 기대했던 재기발랄한 매력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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