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음’의 끝에서 시작된 ‘알 수 없는’ 오컬트 공포물의 등장이다. 확실한 출발지, 그러나 모호한 목적지 때문에 강렬한 듯 강렬하지만은 않은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이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라는 기막힌 소재에 일상적인 스토리를 입혀 완성한, 누가 악마인지 끝없이 수수께끼를 내는 영화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악마가 한 가족의 안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를 담는다. 악마는 가족 중 누군가로 변해 서로를 교란시키고 끝없이 농락하며 점차 이들을 파멸시킨다.
이같은 신선한 콘셉트에서 시작된 ‘변신’은 가장 가깝고도 안전한 울타리라고 여겨온 가족의 틈에서 발생하는 분노와 증오, 공포를 담아내는 한편, 누가 악마가 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긴장감을 러닝 타임 내내 반복적으로 활용한다. 오늘 아침은 식칼을 든 엄마로, 내일 밤은 장도리를 든 아빠로, 또 다른 날은 섬뜩한 막말을 서슴지 않는 딸로,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는 악마로 색다른 스릴감을 선사한다.
참신한 소재, 쉽게 몰입이 되는 일상적 이야기, 배우들의 생생한 열연까지 더해져 영화는 그야말로 알찬 구성으로 초‧중반부를 긴장감 넘치게 이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변신’하는 악마의 정체를 알고도, 이들이 어떤 법칙으로 ‘변신’을 감행하는지 밝혀진 상황에서도 같은 패턴의 위기 상황이 반복되고, 신선한 출발지에서 시작된 항로는 결국 진부한 목적지로 향한다. 정황상 인간의 어떤 능력으로도(설사 악마의 존재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소멸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하다 보니, 이야기는 돌연 감동 신파로 항로를 틀고 무기력한 결말을 맞이한다. 소재의 활용을 넘어 소재에 매몰된 엉성한 마무리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
변신술에 능한 처음 접하는 귀신이 인간을 농락하지만 가족 내 누구도 이를 시원하게 물려 칠 능력이 없고, 현실 공포를 추구한 탓인지 마침내 막다른 길에서 마주한 결말은 (그래서인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 못한다. 역대급 악마를 소재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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