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차 배우지만, 예능은 낯설다. 그것도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줘야 하는 관찰 예능이다. 제 아무리 카메라가 익숙한 사람이라도 실시간 반응이 매섭게 체감되는 지금 시대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전인화는 “그동안 드라마 캐릭터가 아닌 어떤 모습도 방송에서 보여준 적이 없다”며 “서울에서 느끼지 못하는 정취로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정화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메라와 현장은 있지만, 형식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혹자는 전인화가 시골살이 예능을 한다고 했으니, 몸빼 바지에 호미를 들고 밭을 메거나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은 ‘망가짐’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반대로, 아직도 레전드 외모를 소유한 그의 민낯 비결을 궁금해하며 아침엔 뭘 바르는지, 뭘 먹으며 몸매관리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의 전인화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설정을 하거나, 예능적 재미를 위해 갑자기 푼수를 떨기도 어렵다.
전인화는 전인화다. 중년 아줌마가 됐지만 우아하고 청초한, 아직도 뭇 남성들의 로망인 50대 국민 여배우다. 또 대한민국이 다 아는 유동근의 아내이기도 하다.
구례 현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전인화는 도시에서 이사온 세련되고 예쁜 아줌마겠지만, 결혼 초부터 시어머니를 오랫동안 모셔온, 그래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온화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인근에 사는 머슴 조병규를 불러 일을 시킬 때는 모자 케미로 친근함을 자아낸다.
일각에선 시골 마을 사람들과 이질감 있는 삶이 위화감을 조성한다거나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것마저 자연스러운 전인화의 모습이다.
전인화는 방송 초반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시골에서는 고생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는 건 진정으로 그 지역을 위한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시골에서도 얼마든 누릴 수 있는 문화가 있다. 세탁기가 있는데, 굳이 냇가에서 빨래하지 말라고. 편리한 문화는 문화대로 누리고, 이웃들과 교감하는 게 바람직한 시골생활이 아닐까. 맨날 고생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서울 사람들이 아무도 지방에 안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에 남편 유동근을 만나 3년 뒤 결혼에 골인한 전인화는 “결혼하고 다음날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몇 년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30년 정도를 대가족으로 살았다”고 쉼 없이 살아온 삶도 돌아봤다. 토크쇼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얘기였다. 시어머니와 얽힌 에피소드도 전했다. “정말 완벽한 살림꾼이셨던 시어머니는 저희 딸 백일 때 2박 3일 동안 손님 300명을 불러 잔치를 하셨다”며 “저는 놀라면서도 그냥 살림은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고 살았고, 그런 시어머니를 모시다 보니 은근히 그 분을 닮아간 구석도 있다”며 지금까지 몰랐던 ‘살림 큰손’의 면모를 드러냈다.
25년 만에 남편 유동근과 함께 출연한 ‘투샷’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동근은 지난 14일 방송에서 아내 전인화를 응원하기 위해 커피차와 함께 구례 현천마을을 찾았다.
이웃들과 함께 농사 일, 송편 빚기 등을 했고 아내와 신혼여행을 다시 온 듯 달달한 그림을 보여줬다. 다정하게 핸드폰 셀카를 찍고, 우산 하나를 함께 나눠 쓰고 서로 마주 보는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입가에 미소가 돌게 했다.
그간 드라마, CF에서 우아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던 전인화가 데뷔 후 첫 예능 ‘자연스럽게’를 통해 보여주는 색다른 매력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고 관전포인트다.
‘자연스럽게’는 단기간에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사계절 내내 조금씩 변화하는 시골 마을의 모습을 느린 호흡으로 담아내는 장기 프로젝트다. 초록빛이 가득한 한여름부터,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과 차가운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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