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배우 수지가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 2회에서 고해리(수지)는 비행기 사고가 테러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대사관의 비리 증거를 찾기 위한 임무는 끝이 났지만 더 거대한 사건에 자신도 모르게 한 발을 내딛게 된 해리의 모습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수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지가 맡은 고해리의 진짜 신분은 상부의 명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블랙요원이지만, 모로코 한국대사관 계약직 직원이라는 이중생활을 소화해내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은밀하게 조직의 관계에 스며들어야 하기에 수지는 캐릭터에 같은 듯 다른 성격을 부여했다. 계약직 직원일 때는 누구보다 밝은 미소와 다정한 모습을, 국정원 요원일 때는 냉철하면서도 상사에게 투정도 부릴 줄 아는 유연함도 갖췄다. 한 회 속에서 두 역할을 오가는 연기를 수지는 표정과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이번 방송에서 수지는 ‘넘치는 인간미’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났다 하면 티격태격 서로를 자극하는 달건(이승기)과 본격적으로 엮이기 시작하면서 블랙요원이자 인간 고해리의 내적 갈등이 드러났다. 진심을 다해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을 챙겼고, 테러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달건의 “당신도 책임 있다.”라는 말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아이들의 동영상과 초대장 속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바라보며 눈가에 가득 차오른 눈물은 애잔함을 자아냈다.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력, 뛰어난 두뇌까지 갖춘 수지의 블랙요원으로서의 능력도 극을 이끄는 관전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자신을 테러범과 한 패로 오인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을 자꾸만 일깨우는 달건을 향한 거친 말을 쏟아내면서도 그를 구하기위해 경찰들이 겨눈 총 앞에 뛰어드는 행동력까지 갖췄다. 거기에 블랙박스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책임감과 정의로움으로 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수지가 펼쳐갈 이야기를 더욱 기대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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