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찌 패션쇼에서 모델 아이샤 탄 존스가 손바닥에 글을 적어 항의 시위했다. 사진|탄 존스 SNS |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구찌가 이번에는 '정신병원'을 연상시키는 패션쇼로 논란을 불렀다. 인종, 종교적 논란을 부른 디자인에 이어 또 논란을 부르며 '명품' 구찌 고객들을 실망시켰다.
지난 22일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열린 '2020 봄여름 패션 주간' 행사 중 구찌 패션쇼에서 구찌 측은 여성 모델들에게 '구속복(straitjacket)'을 연상시키는 흰색 옷을 입혀 논란이 일었다. 아래위가 이어진 구속복은 정신보건 질환자나 흉악범의 행동을 제약하거나 진정시키기 위해 몸을 꽉 옥죄는 복장을 말한다.
게다가 이날 구찌 패션쇼는 특이하고 충격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여성 모델들이 흰색 통옷 차림으로 패션쇼 무대를걷는 대신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무빙워크 위에 로봇처럼 가만히 서서 관객 앞을 지나갔다.
↑ 구찌 패션쇼에서 컨베이어벨트 위에 선 모델들. 사진|구찌 인스타그램 |
탄 존스는 행사 후 SNS에 "구속복은 정신질환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던 잔혹한 시기의 상징"이라며 그때 사람들은 권리와 자유를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보호시설에서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고 지적하며 다시금 불만을 표현했다.
탄 존스는 모델들이 마치 육류가공 공장의 고기처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있는 동안 구찌가 정신관련 환자들을 암시하는 구속복과 모델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악취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탄 존스는 다음 날 다시 올린 글에서 쇼에 참여한 일부 모델과 함께 구찌에서 받은 보수 일부를 정신건강 관련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당시 행사에 참여한 구찌 모델 다수도 구속복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이었다며 그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항의시위를 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신병원 연상 패션쇼 논란에 대해 구찌는 "이들 의상은 이번 패션쇼를 위한 것으로 판매용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찌 측은 이번 디자인이 패션과 자기표현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이번 밀라노 패션주간에 열린 나머지 행사들의 형형색색의 디자인들과 차별화하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구찌의 '정신 건강'이 의심되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찌는 지난 2월 흑인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를 선보였다가 흑인 비하 논란이 일었다. 눈 아래 얼굴 절반을 검은색으로 덮고 입 모양을 따라 붉은색으로 디자인한 890달러(약 106만원)짜리 스웨터는 흑인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구찌는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즉각 수거했다.
또 지난 5월 구찌는
구찌는 논란이 잇따르자 지난 7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출신의 다양성 및 포용성 담당 책임자를 영입했으나
이번 패션쇼로 또 비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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