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터줏대감’ 곽경택(53) 감독이 팬들의 환호 속에서 제24회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지난 4일 열린 ‘2019 부일영화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하는 한편, 6일은 '김지미를 아시나요' 오픈 토크 ‘인간 김지미’ 테마에 정진우 감독과 함께 한다.
팬들과 만남을 마치고 부산에서 만난 그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한국 영화 100주년이다. 그 주역 중 한 사람인 김지미씨와 만난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말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곽 감독은 “이번 만남을 앞두고 배우 김지미의 출연작들을 다시금 찾아 봤는데 놀라웠다. 그녀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재발견이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면서 “특히 ‘장희빈’(1961) 같은 경우는 그 시대에 이런 영화가 가능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기술적으로나 미장센 등이 탁월했다. 배우의 연기나 아우라는 말할 것도 없다. 그녀와의 만남이 기대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지미의 출연작은 최후의 주연작 ‘명자 아끼꼬 쏘냐’(이장호·1992)를 포함해 376편으로 공식 기록돼 있다. 흔히 한국영화의 암흑기로 일컬어지는 70년대를 거치며 은막을 아예 떠나거나 2선으로 물러난 여배우들과는 달리 그녀는, 80년대에도 건재를 과시하며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1985)과 ‘티켓’(1986) 등 생애의 대표작들을 빚어냈다.
배우, 제작자 외에도 90년대 이후로는 영화인협회 이사장,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대위 공동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특유의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영화계의 맏언니로 맹활약을 펼쳤다. 2010년 제15회 부산영화제에서는 2007년 김승호에 이어 배우로는 두 번째로, 여배우 중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회고전을 열렸다.
최근 과거 잊혀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사리’로 관객들과 만난 곽 감독. 그는 “흥행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어떤 의미로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관객 분들과 온 열정을 다 해 함께 영화를 만든 배우,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당시 무참히 희생된 어린 영혼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컸다”며 “군번 없는 용사, 학도병들은 싸우는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로 어려운 작전을 수행한 줄은 몰랐다. 그런 그들에게 미안하더라. 화려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이너리티의(약자)의 희생을 다뤄야 해 무엇보다 진정성을 담고자 했다. 그들의 희생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임했고 스코어를 떠나 그 뜻을 함께 해준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 행복했다”고 재차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 보다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을 고민 중이다. 질타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응원은 감사하게 기억하며 나아갈 것”이라며 따뜻한 미소로 포부를 전했다.
한편,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1950년 9월 14일~15일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서 벌어진 ’장사상륙작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북한군을 유인하기 위해 유명한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에 이뤄진 양동작전인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평균 17세, 훈련기간 2주의 학도병 772명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작지만 단단한, 울림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곽 감독의 말처럼 전쟁 영화치고는 다소 작은 스케일, 모든 면에서 화려했던 ‘인천상륙작전’에 비하면 더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