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이자 문제작, 개봉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의 중심에 놓인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드디어 개봉했다. 젠더 논란을 비롯한 불편한 선입견, 거부감을 떠나 온전히 이 영화를 느끼고 싶다면, 정유미도 공유도 아닌 중년배우 김미경을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
2016년 발간돼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여성 편향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며 제작 단계에서부터 비난과 저격, 평점 테러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영화를 알리는데 절대적 역할을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지영은 결혼 후 육아와 가사로 인한 피로, 명절 우울증까지 겹치며 어느 날부턴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기 시작한다. 남편 대현은 그런 아내가 걱정스럽고 또 두렵다. 그의 주변엔 따뜻한 가족, 동료가 있지만 그녀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른다. 마침내 모두가 그녀의 아픈 마음을 알게 된다.
단지 ‘김지영의 넋두리’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 나아가 가족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시키려는 (원작과의 차별화를 두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새로운 ‘빙의’라는 설정, 지영의 주변 인물들을 향한 섬세한 시선, 무엇보다 전통적인 시대를 겪고 급변하는 시대에 자식을 낳은, ‘지영의 엄마’ 김미영을 통해.
그럼에도 ‘엄마’ 오미숙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경계는 무너진다. 여자의, 엄마의, 혼란한 시대 속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삶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한 메시지가 모두 곁들어져있으니까. ‘50년생 오미숙’을 연기한 배우 김미경은 놀라운 내공으로 영화의 그릇을 한껏 넓힌다.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것 또한 이 영화의 강점이 될 듯하다. 동시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인지,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겼는지, 불쾌한 공감인지 필요한 공감인지 역시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나도 모르는 사
다만 분명한 건 이 영화의 진정성은 정유미도 공유도 아닌 김미경에서 제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일단 보겠다고 결심했다는 그녀의 연기를, 캐릭터를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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