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심내지 않되, 잘할 수 있는 작품에서 열심히 나아가고 싶다는 `슬기로운` 권상우. 제공|머리꽃 |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겠다고 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나이에 걸맞는’ 로맨스라 좋았어요.”
영화 ’두번할까요’의 권상우(43)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는 반면 못하게 되는 것도 있다. 이제 나에게는 오지 않는 것이라고 여겼던 장르의 영화를 만나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영화 ‘두번할까요’(감독 박용집)는 생애 최초 ‘이혼식’ 이후, N차원 와이프 선영(이정현 분)에게서 겨우 해방된 현우(권상우 분) 앞에, 이번에는 선영이 옛 친구 상철(이종혁 분)까지 달고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코믹 로맨스를 그렸다.
“아이 아빠라는 것과 나이 때문에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던 찰나에 딱 맞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는 권상우는 “시니컬하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일상적인 메시지가 좋았다. 희망적인 사항을 표현하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좋았다"며 애정을 보였다.
그가 연기한 현우는 전처 선영과 ‘이혼식’까지 치러가며 요란하게 헤어진 후 꿈꿔왔던 싱글라이프를 즐긴다. 회사 일은 술술 풀리고 가사노동에서도 벗어나 행복한 삶을 보내지만 계속 자신을 찾는 선영과 선영에게 사랑에 빠진 고교 동창 상철 때문에 자꾸만 꼬여 간다.
“오랫 만의 로맨스인데 너무 망가진 게 아니냐”라고 농을 던지니,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항상 멋있고 그러지 않지 않나. 젊지도 않고 절세미남도 아닌데 항상 멋진 척 하는 건 스스로도 오글거린다”는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작품에 맞게 허우적거리고 버벅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작품에서 무너지는 건 전혀 낯간지럽지 않다”고 보탰다.
“예능에 나가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라고 하면 절대 못하겠지만 작품 안에서 만큼은 가리는 게 없어요. 스스로를 던지는 게 편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고 할까요? 데뷔할 때부터 또래 배우들보다 멋져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서인지 망가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웃음)”
청춘스타이자 원조 한류스타였던 그이기에 이런 털털함이 의외로 느껴지기도. 그럼에도 그는 “인기라는 건 한줌의 재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늦게 데뷔했기 때문인 것도 있고 질타도 그만큼 많이 받았다”며 남모를 고민을 털어놨다.
“영화계에 연기 잘하는 선배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들이 될 수는 없지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찾아 열심히 나아가려고 해요. ‘잊혀지는 것’에 두려움은 있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거나 욕심 내선 더 안 풀리기 마련이니까. 작품 안에서 애쓰고 노력했다는 말을 듣고 싶고, 그 끝에서 ‘권상우가 하길 잘 했구나. 제격이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게 저의 목표예요.”
영화에 대한, 미래에 대한 속내를 덤덤하게 이어가던 권상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영화에 대한 필모그래피를 보면 중간 중간 단절돼 있다. 영화가 하고 싶어 배우가 됐던 사람이지만 원하는 만큼 꾸준하지 못했고 성적이 좋지 못한 작품도 많았다”며 한층 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하지 못할 걸 해내고 대중에게 신뢰를 얻은 배우를 보면 참 부러웠어요.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한 갈증이 점점 더 커지는 것도 같고요. ‘믿음이 가는 배우’라는 인식이 생길 때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계속 달릴 생각이에요.(웃음)”
말뿐이 아니다. 권상우는 ‘두번할까요’에 이어 바둑을 소재로 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 한계를 분명하게 느껴봤기에 유난히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요즘이에요. 언젠가 제 진심이 닿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파이팅!”(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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