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군대보다 무서운 무기다’
들끓는다. 분노가, 열정이, 통쾌함이, 뭉클함에. 흥행 성적표와는 무관하게, 단언컨대 올해 가장 뜨거운 영화가 될, 정지영 감독의 신작 ‘블랙머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소재를 다룬 ‘블랙머니’는 금융위원회가 2011년 외환은행 지분의 단순매각을 결정한 직후부터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진실을 알리고자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뭉쳐 제작된 영화다. 시나리오에만 각계각층 50여명의 제작위원들이 뭉쳐 무려 7년간 600여명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서울지검 내 ‘막프로’로 통하는 문제적 검사 양민혁(조진웅 분)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중 피의자가 대한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사건의 중요한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 가치 70조 은행이 이 문서 하나로 1조7천억 원에 넘어간 기막힌 사건 앞에서 금육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전작 ‘퍼펙트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조진웅의 ‘퍼펙트 함’은 이 영화에서 제대로 봇물이 터진다. 흠 잡을 곳 없는 연기력에 특유의 인간미, 진정성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표현과 주변 인물들과의 맛깔스러운 케미로 진정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다. 말 그대로 대체불가, 최적의 캐스팅이다.
이하늬 역시 냉철한 이성, 슈퍼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로 분해 기대 이상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지적이고 쿨하고 화끈하며 의외의 인간미와 들끓는 열정으로 입체적인 매력을 뽐낸다.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흡입력이 다소 약해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성공적인 연기 변신으로 배우 이하늬의 진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우리도 모르는 사이 경제 순환 논리를 어떻게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건의 진실을 뜨겁게 공유하게 만드는 영화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자들의 금융자본주의가 우리를 어떻게 우롱하는지, 그것이 어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적나라하게 그려낸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이들의 뜨거운 열망과 진정성으로 완성된, 날카로운 메시지와 영화적 재미, 카타르시스까지 골고루 갖춘, 모든 면에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금융 범죄 실화극의 탄생이다. 11월 13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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