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담비가 '동백꽃 필 무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공|키이스트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가수 겸 배우 손담비(36)는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와 혼연일체를 이뤄 공감을 이끌어냈다. ‘손담비의 재발견’이라는 평가 뒤에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었다.
손담비는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강민경)에서 향미를 연기했다. 동백이(공효진 분)가 운영하는 옹산 술집 까멜리아 아르바이트생 향미는 멍한 표정과 무덤덤한 말투로 팩트 폭격을 날리는 캐릭터. 극 후반부에는 세상의 편견에 갇혀 상처 가득한 삶만 살다가 죽음을 맞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손담비는 향미를 향한 뜨거운 반응에 “이 정도까지는 생각도 못 했다”고 놀라며 “드라마가 잘 될 거라고 예상은 했다. 대본이 너무 좋았다. 대본을 읽고 이건 정말 안될 수 없는 드라마다. 어떻게 이렇게 쓰지 싶었다. 좋은 작품 안에서 향미라는 캐릭터를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향미에게 이렇게까지 열광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초반에는 얼떨떨했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실제로 손담비는 향미가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거쳤다. 향미의 느릿느릿한 말투와 멍한 표정을 위해 자신의 습관까지 바꾸려 노력했다.
손담비는 “향미가 어떻게 보면 어려운 캐릭터다. 그동안 많이 노력했다. 정말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향미가 맹하면서도 말도 느릿느릿하다. 말할 때 사람을 바라보지 않는 느낌이다. 저는 급한 성격이라 말의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느리게 이야기하려고 많이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미의 멍한 눈빛이나 표정에 신경 쓰면서 대본 연습을 했다. 작가님과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향미가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지 않나. 희로애락을 다 보여주는 게 향미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향미라 준비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 손담비는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공|팬엔터테인먼트 |
손담비는 뿌리 염색도 하지 않고, 손톱 매니큐어도 벗겨진 채로 뒀다. 옷도 촌스러운 색깔로 준비해 입었다.
그는 “뿌리 염색은 일부러 안 했다. 처음에는 헤어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머리카락도 바스락거리는 느낌을 주려고 했고, 뿌리 염색도 안 하고 기다렸다. 향미가 되기 위해 탈색도 했다. 트레이닝복도 색깔 별로 엄청 입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손담비의 향미가 탄생했다. 물론 임상춘 작가의 대본 역시 많은 도움이 됐다. 손담비는 “작가님이 정말 디테일하게 대본을 써주셨다. 향미가 맥주를 마실 때 입을 대지 않는데, 그것도 대본에 있었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임상춘 작가의 섬세한 대본과 손담비의 노력이 합쳐진 덕에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가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향미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던 12부(=24회)는 손담비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손담비는 “향미가 죽는 날 대사가 정말 많았다. 규태(오정세 분) 만나고, 종렬(김지석 분)이 만나고, 제시카(지이수 분)도 만난다. 나를 잊지 말라고 하는 물망초 대사도 그렇고 기억에 남는다. 제시카 앞에서 입술을 파르르 떨었던 건 향미의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절로 그렇게 되더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동백이를 찾아가 우는 신도 감정이 북받치더라. 동백 언니랑 여자만의 로맨스가 있지 않나. 감정이 찡하기도 하고 정말 와닿았다. 언니랑 하면서 많이 배웠다. 정말 까멜리아 앞에서 이야기할 때 그동안 표현되지 못한 마음들이 대사로 짝 펼쳐지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 손담비는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가 인생캐릭터라며 애정을 보였다. 제공|키이스트 |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는 시청자들로부터 '손담비의 인생 캐릭터'라는 평을 끌어냈다. 손담비도 “향미가 인생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회가 온다는 게 흔치 않다. 사실 가수 할 때도 시간이 걸렸다. ‘미쳤어’로 한방에 된 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오래 걸렸다. 포기할 때쯤 ‘미쳤어’가 잘됐다. 어떤 것이든 한 번에 잘되는 편은 아니다. 시간이 걸린다. 연기자도 이제야 빛을 발하는 거다. 기회가 찾아온 거다. ‘동백꽃 필 무렵’ 전에 음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향미를 하고 싶어서 미뤘다. 향미가 너무 매력 있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손담비는 “향미의 맹함, 촉이 살아 있는 캐릭터인 것도 좋았고, 향미가 상징하는 것들이 많아서 어렵다는 생각은 했다. 어렵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더라. 조연이지 않나. 왜 음반까지 포기하면서 이렇게 하냐고 하더라. 그런데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캐릭터가 좋았다. 캐릭터가 주는 의미가 컸다”며 향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 저와 향미는 떨어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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