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경이 '음원 사재기'와의 전투에 선봉으로 나섰다. 누리꾼 사이 의심의 눈초리가 거센 몇몇 가수들의 실명을 거침 없이 거론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3년 전 그의 발표곡인 '자격지심'이 역주행을 시작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경은 지난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을 게재해 파문을 일으켰다.
음원 사재기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가요계 안팎에 이미 상당하지만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특정 가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저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박경의 '작심'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박경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세븐시즌스) 측은 "박경의 트윗에 실명이 거론된 분들께 사과 말씀 드린다"면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현 가요계 음원 차트의 상황에 대해 발언을 한 것이다. 직접적이고 거친 표현으로 관계자분들께 불편을 드렸다면 너른 양해를 구하는 바"라고 사과했다.
소속사의 사과에도 불구, 거론된 가수들은 일제히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25일 "당사는 회사를 통해 사과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수로부터 전혀 진심어린 사과를 받지 못하였고, 이에 기정사실화 되어 버린 해당 논란을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강경대응 할 것 임을 밝힌다"고 밝혔다.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도 "송하예는 모 가수의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관해 법적절차에 따라 강경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현재 송하예는 온라인상에 지속되고 있는 논란에 의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사실무근인 발언으로 당사와 소속 아티스트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에 대해 깊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장덕철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역시 "당사는 작년 4월 발생한 루머로부터 실추된 소속 아티스트들의 명예와 상처를 회복하고 보호하고자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다. 24일 새벽 모 가수의 발언은 다시 한 번 당사와 소속 아티스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면서 "공인으로서 책임지지 못할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소속 아티스트들의 보호를 위해 이번 사건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임재현, 전상근, 황인욱까지 실명이 언급된 모든 가수들이 "사재기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박경에게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묻고 법률검토를 통해 강경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음원 사재기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명을 언급한 것을 두고 '성급했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상당수 누리꾼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페이스북 마케팅이나 아프리카TV 비제이들의 홍보 등 SNS를 통한 '입소문'이 음원차트 성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스트리밍 사용자 그래프 추이나 사용자 ID의 연령대가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는 등 음원 사재기가 의심되는 사례들도 분명 존재했기에 이에 따른 '합리적 의심' 또한 속출했다.
박경이 단순히 심증에 기대 폭탄을 터뜨렸다고 판단하기 또한 어렵지만 뚜렷한 물증이 포착되지 않은 상황 속 이번 발언이 가져온 파장은 작지 않다. 실제 존재 여부가 분분한 '음원 사재기' 관련 공적 토론의 장이 열린 분위기다.
또 박경 팬덤 및 그의 발언을 지지하는 누리꾼들 사이 박경의 3년 전 발표곡인 '자격지심' 스트리밍 운동이 전개되면서 뜻밖의 '역주행'도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른바 '박경 '자격지심' 스(트리)밍 총공(세)'를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라 칭하고도 있다. 러다이트 운동은 산업혁명기 영국의 중부·북부의 직물공업지대에서 일어났던 기계 파괴운동을 뜻하는데, 일부 누리꾼들이 이를 두고 "스트리밍 기계 파괴 운동"이라며 보이지 않는 사재기 세력을 향해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 실제로 26일 오전 9시 기준 이 곡은 멜론 23위까지 순위가 치솟는 등 박경의 음원 사재기 발언에 대한 뜨거운 반향을 입증했다.
한편 박경은 관련 발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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