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클라쓰`로 존재감을 뽐낸 안보현은 장근원 덕에 악역 갈증을 풀었다며 애정을 보였다. 사진| 강영국 기자 |
배우 안보현(32)에게 '이태원 클라쓰'는 터닝포인트 같은 드라마다.
안보현은 지난 21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극본 광진, 연출 김성윤 강민구)에서 만병의 근원 100% 악역 장근원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안보현은 1차원적인 악역에서 멈추지 않고 표현해 낼 수 있는 악역의 다양한 모습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내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박새로이(박서준 분)를 학교에서 쫓아내고 박새로이 아버지 박성열(손현주 분)의 생명까지 빼앗은 망나니지만 사랑에 목마른 아들이자 마음을 표현해본 적 없는 짠내나는 서사를 잘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안보현은 최근 ‘이태원 클라쓰’ 종영 인터뷰에서 시원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너무 아쉽고 실감이 안난다. 첫 악역이었던 만큼 캐릭터에 애착이 있었다"며 "장근원이라는 캐릭터를 보내기가 너무 아쉽다. 그래도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안보현의 180도 연기 변신은 그에게도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전작인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에서 성덕미(박민영 분)를 짝사랑하는 남사친 남은기 역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남사친 연기를 사랑스럽게 표현한 그가 '이태원 클라쓰'에서 보여준 악역 변신은 새로운 발견 그 자체. 약한 내면과 강렬한 카리스마, 공허한 눈빛과 스스로를 멈출 수 없는 섬뜩한 존재감을 입체적으로 선보였다.
안보현은 "악역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했다. '장근원' 역을 소화하기 위해 동명 웹툰을 끊임없이 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대사 하나, 장면 하나에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제가 작품을 잘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태원 클라쓰'가 절 선택해줬다고 생각해요. 악역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제게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그녀의 사생활' 마지막회를 찍을 당시에 오디션 기회가 왔는데 꼭 하고 싶다고 소속사에 강하게 어필했어요. 롤이 너무 커서 부담감이 있기도 했지만 간절하게 매달려 '장근원'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악역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어요."
'장근원'은 '강약약강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지질한 인물이었다. 자신에게 절대 강자인 아버지 장대회 회장(유재명 분)에게 인정받고 사랑을 받으려 노력하면서도, 아버지 앞에만 서면 잔뜩 주눅이 든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에겐 갑질을 하며 망나니 재벌 2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는 캐릭터의 양면성을 표현하기 위해 강렬함과 허무함을 넘나들며 뛰어난 완급조절 연기를 선보였다.
"일차원적으로 보면 '장근원'은 망나니, 모지리, 지질이 같아요. 초반에는 장근원의 전사가 안 나오지만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악함 속에 선함을 표현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본이 짜임새 있게 나왔고 후반부에는 사랑에 대한, 인정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모습이 보여지더라고요. 또 7개월 가량 장근원을 연기하다보니 감정이입이 쉬웠던 것 같습니다."
↑ 안보현은 자신의 연애 스타일에 대해 ""장근원`과는 많이 다르다"며 웃었다. 사진| 강영국 기자 |
망나니 재벌 후계자 장근원에게도 '짠함'은 있었다. 바로 오수아(권나라 분)를 향한 짝사랑이다. 과거 자신이 박성열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내는 오수아 곁을 맴돌며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 장근원을 미워할 수 만은 없게 했다. 안보현에 '낭만쓰레기'라는 별명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안보현은 "'장근원'이라는 캐릭터만 두고 보면 순진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멍청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 사람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면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수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죠. '내 목표는 너를 조수석에 태우는 것'이라는 고백은 정말 진심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요. 원래 제 연애 스타일은 이렇지 않아요.(웃음) 다정다감까지는 아니지만 아닌 척 챙겨주는 츤데레 같은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하하"
‘이태원 클라쓰’는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사랑받았다. 박새로이와 장대희 회장의 숨 막히는 맞대결이 마지막회까지 펼쳐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그 어느 곳보다 화기애애했다. 시청률도 따라주니 배우들은 으쌰으쌰 단결 분위기였다. 그 중 주인공 박서준은 '박새로이'라는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추가할 만큼 드라마 신드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안보현은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뭉클한 감동을 오가며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한 "'박새로이' 역이 부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워낙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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