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종옥이 `결백`에서 치매 노인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제공|키다리이엔티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배종옥(56)이 치매 노인으로 변신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얼굴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종옥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배종옥은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에서 기억을 잃고 살인 용의자가 된 엄마 채화자를 연기했다.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 분)이 추시장(허준호 분)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담았다.
배종옥은 ‘결백’ 출연 이유로 ‘시나리오’를 꼽았다. 그는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막걸리 사건이 뉴스에 나왔을 때 신기했다. 그 시골에 경로당에 막걸리에 뭘 넣은 건가 생각했는데 그걸 모티브로 했다고 해서 어떻게 풀지 호기심에서 읽었는데,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읽었다. 스토리가 탄탄하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할에 대한 갈증도 출연 이유 중 하나다. 젊은 분장부터 노인 분장까지 또 다른 도전이었기 때문. 배종옥은 “나이가 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배역이 한정되고 영화 쪽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 배우는 작품이나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다”며 “배우에게 갈증은 영원히 있을 거다. 그런 것이 배우로 발전하는 동기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 배종옥은 노인 분장보다 상황에 집중하며 화자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제공|키다리이엔티 |
또한 배종옥은 “여성 영화라 선택한 것도 있다”며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작품이 재미있어서다. 여자 캐릭터가 많지 않지만, 요즘 여자 감독도 많이 나오고 여배우들의 캐릭터도 다양해지고 있어서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급성 치매에 걸린 화자 캐릭터는 베테랑 연기자 배종옥에게도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그는 화자에 대해 “급성 치매로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한다. 모니터를 보면서 계속 감정을 체크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은 내가 체크하고 계산한 것이 맞기 때문에 작품을 할 때 모니터를 잘 안 본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컷 하면 모니터를 봤다. 보통 쭉 발전되는 라인을 타면 괜찮은데, 화자는 뚝뚝 끊기는 걸 연결해서 가야 했다”며 “연기를 오래 했는데도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배종옥은 “노역 분장보다는 화자의 상황에 집중해 연기하려고 했다”며 박상현 감독에게도 화자에 대해 많이 물어보며 몰입해갔다고 밝혔다. 극 중 모녀 호흡을 맞춘 신혜선에게는 촬영 전까지 노역 분장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하기 전 감정을 연구하고 외워서 온다. 다 알지만, 분장한 모습을 실제로 보면 또 다르다. 그래서 신혜선이 내 분장을 보겠다고 대기실에 들어오려 하길래 안된다고 했다. 실제로 처음 봤을 때 오는 느낌이 연기에 반영되길 원했다”며 “혜선이도 촬영하면서 내 분장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신혜선과 호흡에 대해서는 “거리 두기가 필요했다. 극 중 다정한 모녀가 아니다. 현실에서 친하게 지내다가 카메라 돌면 바로 몰입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거리를 두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 배종옥이 `결백`에서 호흡을 맞춘 신혜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키다리이엔티 |
배종옥은 ‘결백’에 이어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신혜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신혜선에 대해 “배우로 좋은 덕목이 있다”며 “선배들이 이야기해주는 걸 빨리 캐치한다. 그게 쉽지 않다. 어떤 라인을 설정해오면 현장에서 바로 바꾸기 쉽지 않다. 혜선이는 흡입력이 좋고 현장에서 집중도도 좋다. 좋은 배우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결백’은 두 차례 개봉이 연기된 끝에 지난 10일
배종옥은 “나만 느끼는 건 아닐 거다. 감독은 더 고통스러웠을 거다. 시나리오 쓰고 작품을 잘 만들었는데 연기되는 상황이 답답했을 것 같다. 개봉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대놓고 보러 와달라고 할 수도 없지만, 개봉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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