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분명 예고했다. 라면 끓일 줄 아는 사람은 '백파더'를 보지 말라고. 그의 예고는 결코 허투루 들을 말이 아니었다.
20일 MBC 새 예능 프로그램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이하 ‘백파더’)가 베일을 벗었다. '백파더'는 전 국민, 전 연령이 함께 할 수 있는 ‘요린이’(요리 초보들을 일컫는 말) 갱생 프로젝트로 90분 동안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되는 쌍방향 소통 요리쇼다.
백종원은 방송의 포문을 열며 “이 방송은 혼자 음식 하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보면 딱 좋다. 요리 잘 아시는 분들은 딴 거 보세요!”라고 능청을 떨었다. 이어 “코로나 19때문에 다들 힘드시다. 제가 지방을 다니다 보니까 농산물을 생산하시는 분들, 식재료를 판매하시는 분들이 힘들어 하신다. 요린이분들도 음식을 따라 하면서 만드는 데 재미를 느끼다 보면 소비가 되고 붐업이 되어서 식재료를 만드시는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프로그램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협찬 역시 기부하겠다며 선한 영향력을 거듭 과시한 백종원.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TV로 보는 신세계(?)이자 총체적 난국이었다.
방송은 2015년 백종원을 스타 방송인으로 이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을 연상하게 했다. 단, 제작진의 '저 세상 텐션' 가득한 자막과 편집으로 큰 웃음을 자아냈던 '마리텔' 본 방송 아닌, 제작진의 개입과 관여가 없어 다소 루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생방송과 비슷한 분위기로 전개됐다.
백종원과 양세형은 48팀의 요린이와 영상으로 소통하며 요리법을 전수했다. 요리의 기본 중의 기본인 밥 짓기에 나선 이들은 쌀은 씻는 방법부터 물 맞추는 법, 냄비에 밥을 안치는 과정을 '왕초보' 대상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고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쌀을 씻고 밥을 안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무려 40분. '백파더'를 보며 직접 요리에 도전한 '요린이'들이라면 모르겠으나 그 외 다수 시청자들에게는 과한 느림보 전개로 이어졌다. 나머지 40여 분의 방송 시간을 채운 아이템은 달걀 프라이 요리. 계란 흰자를 태우거나 완벽하게 망친 이른바 '똥손'들의 향연 혹은 성장기로 펼쳐졌다.
그런가하면 방송 말미 촉박한 생방송 시간 안에 갓 지은 쌀밥을 허겁지겁 푸느라 진땀을 뺀 양세형은 "생방송이 이렇게 힘듭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 멘트를 하기도. 이날 양세형은 방송 내내 백종원의 조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나 아직까지는 생방송 요리 프로그램 콘셉트에서 줄 수 있는 예능적 재미를 찾지 못했는지 수차례 동공지진을 일으키는가 하면, 방송을 끝낸 뒤엔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 첫 방송을 마친 '백파더'. 20세기(?) 주부들의 큰 사랑을 받은 '오늘의 요리'를 비롯한 기존 요리 실습 프로그램들도 '백파더'만큼 요리 초보를 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백파더'의 타겟은 확실히 특별했지만 라면 정도는 끓일 줄 아는 시청자들의 채널까지 사수하게 하긴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TV 아닌 네이버TV 생중계는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을 확인하며 볼 수 있어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가 됐다. 아쉬움은 실시간 채팅은 있었지만 채팅창 속 시청자들과의 실시간 소통은 없었다는 점. 몇몇 누리꾼들이 '프로그램보다 댓글 보는 재미'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백파더' 자체는 지나치게 기본에 충실한 나머지 지루함마저 가져왔다.
요린이는 요리의 신세계를 맛보고 시청자는 요린이의 신세계를 본 '백파더'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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