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광수 감독이 두번째 장편 연출작 `메이드 인 루프탑`으로 돌아왔다. 제공|엣나인필름 |
김조광수 감독(56)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장편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으로 돌아왔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은 이별 1일 차 하늘(이홍내 분)과 썸 1일 차 봉식(정휘 분)이 별다를 것 없지만 별난 각자의 방식대로 쿨하고 힙하게 밀당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조광수 감독은 청년필름 대표로 영화 ‘와니와 준하’, ‘후회하지 않아’, ‘친구사이’, ‘조선 명탐정’ 시리즈, ‘악질경찰’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8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하게 됐다. 저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긴 하는데 감독으로 많이들 부른다. 영화를 안 찍거나 못 찍고 있었는데 감독으로 불리는 게 합당한지 쑥스러웠다. 이번에 영화를 찍게 돼서 설레는 마음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영화 준비를 많이 했는데 캐스팅이 안 되거나 투자가 안 돼서 못 찍었다. 감독이 영화를 계속 찍어야 연출력도 떨어지지 않고 늘게 되는데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내가 감독을 할 때 가장 행복해 하는구나 싶었다. 영화를 자주 만들어야겠다 싶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1990년대생 게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제 영화를 좋아한 1990년대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주목한 건 90년대생 게이들은 정체성 고민을 안 하더라는 점이다. 그전에는 20~30대가 되어서 정체성을 고민했고, 그게 삶을 짓눌렀다. 그런데 90년대생 게이들은 10대 때 거의 정체성을 정리하고 20대 때는 그런 고민으로 인생이 짓눌리지 않더라. 이전 게이들과 큰 차이라고 생각했고 영화에 잘 표현되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삶이 무거워지는 한국의 많은 퀴어 영화와 다른 특징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 김조광수 감독은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 호흡을 맞춘 이홍내, 정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공|엣나인필름 |
평소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고 밝힌 김조광수 감독은 “로코로 만들고 싶었다. 밝고 유쾌하게 사랑의 판타지적인 면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퀴어들의 삶이 녹록지 않으니까 밝게 만들기 어려웠다. 그런데 1990년대생 주인공으로 하면 밝은 청춘 로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로코를 좋아했어요. 대한민국이 여전히 차별 심하고 퀴어들 살기 어렵지만 저희가 일 년 내내 울고 있는 건 아니에요. 어두운 것도 현실이지만 밝게 살려고 하는 성소수자도 많아요. 저희 영화는 그런 밝은 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랑 영화들을 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많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해피엔딩은 두 번 정도 될까요? 보통은 울고불고 언해피엔딩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사랑 영화는 약간의 판타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든 영화도 그렇죠.(웃음)”
김조광수 감독은 하늘 역을 맡은 이홍내와 봉식을 연기한 정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홍내는 이번에 처음 만났다. BTS ‘컴백홈’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주목했고, 어떤 작업을 했는지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홍내가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고 해보고 싶다고 했다. 특별히 고맙다. 제게 먼저 콜을 보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하늘이는 사랑스럽고 귀여워야 하는데 홍내의 강렬함이 그런 분위길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직접 보니 웃는 얼굴이 예쁘더라. 홍내가 가진 순박함이 느껴져서 하늘이 역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작업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정휘에 대해서는 “제가 뮤지컬을 좋아한다. 뮤지컬 배우들과 작업하는 게 좋더라. ‘팬텀싱어’에 나와서 ‘알라딘’ OST를 부를 때부터 작업하고 싶더라. 눈여겨보고 있던 배우였다. 봉식이는 미모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팔색조 연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스펙트럼 넓은 배우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정휘가 하길 바랐다”며 “이번 영화가 90년대생 게이들의 삶과 사랑, 청춘 이야기니까 90년대생이 하길 바랐다. 두 배우 모두 90년대생이다. 결과적으로 배우들께 고맙다"고 인사했다.
↑ 김조광수 감독이 1990년대생 게이들의 이야기를 밝고 유쾌하게 다룬 이유를 밝혔다. 제공|엣나인필름 |
김조광수 감독은 ‘메이드 인 루프탑’을 촬영하며 이홍내 정휘 등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이성애자 배우들이 퀴어 연기를 할 때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자기 스스로 이게 맞나 고민한다. 게이 연기뿐만 아니라 의사 등 전문가 역할을 할 때 고민하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저는 배우들에게 게이처럼 연기하자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마음 가는 대로 하는데 이성애자라면 안 가져도 되는 고민들, 게이라서 가져야 하는 고민들이 어떤 컷에서 보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했어요. 영화 안에서 하늘이가 응급실에서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