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가 찾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상승해 낮에는 밖을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다. 이맘때면 대다수 직장인은 달콤한 여름휴가를 꿈꾸며 무더위를 견뎌내곤 한다. 하지만 평소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걱정으로 마음 편하게 집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
심박동기를 한 부정맥 환자나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겐 자칫 '위험한 휴가'가 될 수 있다. 건강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심장병환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손일석·진은석 강동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 부정맥 환자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
그렇지 않다. 부정맥은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거나 혹은 느리게 뛰는 병이다. 심장에 전기 신호를 보내 증상을 완화시키는 인공심장박동기나, 정상적인 리듬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제세동기를 이식해 치료한다.
부정맥 환자의 경우, 해외여행에 많은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박동기나 제세동기를 몸에 지닌 채 장시간 비행을 하는 일이 위험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맥' 환자라는 이유로 비행기 탑승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비행기 내의 방사선과 전기가 박동기, 제세동기 작동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동기, 제세동기 환자임을 알리는 환자카드는 반드시 소지하는 것이 좋다. 배를 이용한 여행도 마찬가지다.
◆ 부정맥 환자는 물놀이를 하면 안 된다?
박동기, 제세동기 환자의 경우, 시술 후 1~2개월 이내에는 물놀이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계 삽입 후 한참 경과했다 하더라도 삽입 부위 상처는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상처 부위가 가렵거나 붉어지고 열이 나는 등 변화가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절대 임의로 처치하거나 손으로 만지고 긁으면 안 된다.
◆ 아무 병원에서나 박동기, 제세동기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국내외 여행을 막론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박동기, 제세동기 관리가 가능한 병원이 어딘지 알아둬야 한다. 모든 병원에서 제세동기 관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부정맥 전문의가 있는지, 박동기와 제세동기 관리 및 이상 시 대처가 가능한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 특별한 증상 없다면 바로 해외여행 가도 된다?
심장병에는 부정맥 외에도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진 협심증, 혈관이 꽉 막혀버린 심근경색, 심장의 펌프 기능이 고장 나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심부전 등이 있다. 이런 심장질환들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하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당장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꼭 주치의를 만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또 일부 비후성 심근증이나 심정지를 경험했던 환자, 가족을 급사로 잃었던 사람들의 경우 심장급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만일을 위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혼자 여행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평소보다 가슴통증이나 어지럼증, 실신, 숨참 등의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휴가를 결정해야 한다.
◆ 심장병환자의 건강한 여름휴가를 위한 7대 수칙
1. 복용 중인 약을 잘 챙기자=만일을 대비해서 여행 기간보다 며칠의 여유분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요령이다. 비에 젖어 약이 떨어지거나 변질된 경우에는 주치의를 찾아 다시 처방받도록 하자.
2.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되도록 무리한 활동보다는 안정이 중요하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무리한 일정을 피하고 여유 있게 쉬면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들도 환자가 여행을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여유 있는 일정과 동선을 계획해야 한다.
3. 적절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탈수는 심장병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의 물 섭취량은 하루 8컵(1컵 200㎖) 이상이다. 야외활동이나 운동 중에는 여기서 10% 이상 수분 보충이 더 필요하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분 간격으로 물을 한 컵 이상 마셔주면 좋다.
심부전의 경우에는 과도한 수분섭취가 더 숨차게 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루에 2000ml 정도 마셔도 괜찮지만, 증상이 심각하다면 하루 1000ml 이하로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건강한 식단과 환경을 만들자=너무 차갑거나 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덥다고 해도 에어컨을 직접 쐬는 일은 삼가자. 금연과 절주는 필수다.
5. 가벼운 운동은 오히려 좋다=덥다고 여름 내내 집에서 안정만 취하는 건 금물이다. 특별히 운동을 금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온도가 내려가는 초저녁에 자전거, 수영, 등산 등 가볍게 걷거나 뛰는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무리가 온다고 느껴지면 반드시 운동을 멈춰야 한다.
6. 응급처치법을 익혀두자=심장병은 환자의 경고 증상에 즉각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상약은 물론 응급처치법을 미리 습득한 후 여행을 떠나는
7. 응급 시 이용 가능한 병원을 체크하자=여행지 근처에 있는 박동기, 제세동기 관리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둬야 한다. 부정맥 전문의가 있고 박동기, 제세동기 관리 및 이상 시 대처가 가능한 병원이 어딘지 사전에 반드시 확인하자.
※도움말=손일석·진은선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상미 매경헬스 [lsmclick@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