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인주(가명, 34)씨는 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다른 이들에게 화창한 봄날이 강씨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평소 앓고 있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만 찾아오면 콧물에 재채기는 물론 코와 눈이 가렵기까지해서 일상생활을 하기조차 벅차다.
세상을 푸르름으로 물들이는 봄이 성큼 다가왔다. 차갑게 얼었던 땅에는 물이 차오르고 메말랐던 나무에는 연두빛 새싹이 돗아나고 연분홍빛 꽃망울이 터지는 계절이 찾아왔다. 떨리는 가슴으로 기다리는 계절이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봄날이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반갑지만은 않다.
봄철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요인이 하나둘 아니다. 우선 나무에서 꽃가루가 대기 중에 날려 여러 가지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중국에서 메마른 모래를 품은 바람이 불어오는 황사현상도 사람들을 괴롭힌다. 이 시기에는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날씨 역시 한 몫 더한다.
꽃가루병은 특정 계절에만 증상을 나타낸다. 집먼지진드기와 개털이 원인인 경우에는 일년 내내 증상을 호소하지만,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에는 매년 꽃가루 시즌에만 알레르기 비·결막염 증상을 보인다. 주로 콧물, 재채기, 코 가려움증, 눈 가려움증, 눈물, 이물감을 호소한다. 심한 경우에는 두통, 가벼운 발열감을 호소해 환절기에 잘 걸리는 감기로 오인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천식발작을 일으켜 호흡곤란, 기침 그리고 숨을 쉴 때 쌕쌕거리기도 한다.
박중원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꽃가루는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며, 바람에 의해서 전파되는 풍매화가 주로 문제된다”며 “흔히 꽃가루하면 ‘꽃이 피는 나무’를 그 원인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꽃이 피는 나무는 충매화로 꽃가루병을 잘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작나무 참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일으켜
▶봄철 꽃가루병 있다면 사과·딸기도 삼가야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제일 많지만, 소나무 꽃가루는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봄철과 가을철에 두 차례 꽃가루 시즌이 있다. 봄철에는 나무 꽃가루가, 가을철에는 잡초 꽃가루가 문제를 일으킨다. 봄철에는 주로 자작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꽃가루가 문제를 일으킨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전국적으로 꽃가루병을 일으키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삼나무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문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나무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의 토양이 비옥해짐에 따라 꽃가루병을 잘 일으키는 활엽수의 서식밀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따라서 꽃가루병 빈도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잔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드물었으나, 최근에는 5~6월 주로 발생하는 잔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골프장이 늘어났거나 글로벌 사회 진입에 따라 외국에서 감작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알레르기 환자는 원인되는 물질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꽃가루나 황사 같이 대기 중에 날아다니는 물질을 피할 마땅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꽃가루는 낮에는 공중에 떠다녀 많은 문제를 일으키나 밤에는 가라 않는 경향이 있어 불필요한 외출을 피하고 집안 창문을 닫고 에어콘으로 실내공기를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굳이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방진 마스크(흔히 사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운전 중에는 반드시 창문을 닫고 오토바이를 탈 경우에는 보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꽃가루를 피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결국 꽃가루 시즌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면역치료로 꽃가루병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박 교수는 “봄철 꽃가루병이 있는 사람은 사과, 딸기, 복숭아, 키위 등 과일을 먹지 않는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