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20d는 디젤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차량 중 하나다. 경차 수준의 우수한 연비, 가솔린 차량에 버금가는 정숙성, 첨단편의사양, 착한 가격 등을 인기비결로 꼽을 수 있다.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520d지만 BMW 특유의 톡 쏘는 주행감각 보다는 부드러움이 강조된 모습이었다. 그래서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최근 시승한 BMW 535d는 520d의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흔하디흔한 보통의 5시리즈와 확연히 구분되는 BMW 535d를 시승했다.
◆ 국내 디젤 세단 중 최고의 퍼포먼스…“외계에서 온 엔진”
BMW 535d의 가장 큰 매력은 3.0리터 직렬6기통 트윈파워터보 엔진이다. 이 엔진은 마치 외계인이 제작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고성능 스포츠카도 리터당 100마력이 넘는 것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또 디젤 엔진은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보다 마력이 낮고 토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범상치 않은 엔진소리가 들린다. 굳이 달리지 않아도 차의 힘이 느껴진다. 저음으로 울려 퍼지는 엔진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디젤 엔진 소리에 이렇게 혹한적은 처음이다.
◆ 힘이 남는다…“과속카메라가 야속할 뿐”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서울에서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강원랜드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거리는 약 240km. 서울에서 새벽 2시에 출발해 강원랜드에 도착한 시간은 불과 새벽 3시반이었다.
마음껏 밟았다. 단 과속카메라와 신호는 철저히 지켜가며 끝까지 밟은 가속페달을 좀처럼 떼지 않았다. 힘이 넘친다. 한적한 새벽 고속도로에서 저멀리 앞서가던 빨간점들을 순식간에 추월했다. 주행제한속도에 가까워졌지만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잘 달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BMW는 잘 달리는 것만큼 잘 서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급제동을 해도 차량 뒷부분이 흔들리는 불안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순식간에 속도계의 바늘을 원하는 곳으로 위치시킬 수 있다.
◆ 성능만큼이나 차별화된 외관…“평범한 5시리즈는 지겹다”
BMW 528i, 520d는 소위 ‘강남쏘나타’로 불릴 만큼 도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완성도 높은 외관 디자인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심심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535d는 M스포츠 패키지가 장착돼 일반적인 5시리즈와 외관은 물론 실내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공격적인 앞범퍼와 듀얼머플러와 디퓨저가 장착된 뒷범퍼, 리어스포일러 등이 적용됐다. 또 18인치 M스포츠 휠, 블랙 윈도우 프레임 등이 일반적인 5시리즈와 다르다.
◆ M스포츠 패키지라곤 하지만…“가격 경쟁력 있을까”
BMW 535d의 국내 판매가격은 9550만원이다. 520d보다 고성능 엔진이 장착됐고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다곤 하지만 3천만원 이상의 가격 차이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 그 외엔 520d와 차별되는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고 1억원 전후반의 경쟁 차종을 살펴봐도 성능 빼고는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운전석 시트를 살펴보면 BMW GT, 아우디 A7 등은 535d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더욱 세세하게 조절이 가능한 전동시트가 제공된다. 무릎 조절은 물론 등받이를 상단·하단으로 나눠서 조절이 가능하다. 그에 반해 M스포츠 패키지가 장착된 535d는 기본적인 시트 조절만이 가능해 아쉽다.
아쉬운 부분이 몇몇 있긴 하지만 BMW 535d는 굉장히 매력적인 차라고 느껴진다. 질주 욕망을 채워주는 스포츠세단의 연비가 중형차보다 좋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을 충분히 유혹하고도 남는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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