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무실 안에서 정적인 일을 많이 하는 여성은 야외에서 활동적인 일을 하는 여성에 비해 폐색전증의 발병위험이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관상동맥질환이나 고혈압의 위험 역시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 같은 자세로 앉아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폐색전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을 되짚어보고, 예방법과 치료에 대해서 알아보자.
폐색전증이란 다리 정맥에 생긴 피떡 혹은 혈전 일부가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해 폐동맥을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막아 폐 및 다른 주요 장기들에 손상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심하면 갑작스러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다리 정맥은 심장에서 동맥을 통해 운반된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운반하는 통로가 된다. 동맥을 통해 운반되는 혈액이 심장이라는 펌프에 의해서 능동적으로 빠르게 운반되는 데 비해 다리 정맥을 통해 운반되는 혈액은 사람이 걸을 때만 작동하는 종아리 근육 펌프와 족부 펌프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천천히 운반되게 된다. 특히 다리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운반되는 혈액은 중력에 반하여 운반되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경우에는 혈액의 운반 속도가 더 늦어질 수 있다.
사람의 몸도 세상의 이치와 같아서 고인 물이 썩기 쉽듯이 운반 속도가 늦고 순환이 잘 되지 않는 혈액은 엉겨 붙어 피떡 혹은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다리 정맥에 피떡 혹은 혈전이 생긴 경우를 심부정맥혈전증이라고 하며, 이는 폐색전증의 원인이다. 오랜 시간 비행 시 좁은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 발생하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도 바로 심부정맥혈전증과 이로 인한 폐색전증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폐색전증의 원인이 되는 심부정맥혈전증은 일반 사람에서는 활동량이 적거나 정적인 일을 많이 하는 경우, 혹은 나이가 많을수록 자주 발병한다. 또한, 여성에서는 임신을 하거나 폐경이 된 경우 혹은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경우, 또는 비만이거나 흡연을 하는 경우에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상으로는 갑자기 다리가 붓고 다리에 통증을 느낀다. 심부정맥혈전증을 방치하여 폐색전증이 발생하면 호흡곤란과 흉부통증 그리고 빠른 심박동을 느끼게 되고 일부 환자는 각혈을 하기도 한다.
폐색전증을 예방하려면 원인이 되는 심부정맥혈전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혈액의 운반 속도가 늦고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혈액이 엉겨 붙으면 심부정맥혈전증의 발생 위험성이 높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리 정맥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
다리 정맥의 혈액 순환은 걸을 때만 작동하는 종아리 근육 펌프와 족부 펌프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오래 앉아서 혹은 서서 근무하는 정적인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근무 중간에 자주 스트레칭을 해주고 주위를 가볍게 걸어서 혈액순환이 원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또한,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와 같이 혈류의 순환을 제한하는 복장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만일 근무 중간에 스트레칭이나 가볍게 걷는 것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앉은 상태 혹은 서 있는 상태에서 발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반복하게 되면 종아리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다리 정맥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예방 방법이 될 수 있다.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다리 정맥의 혈액 순환이 중력에 순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주는 것이 좋다. 이미 심부정맥혈전증 혹은 폐색전증의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라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혈액응고억제제를 복용하여 혈전의 치료와 악화를 예방해야 한다. 최근에는 1일 1회 복용만으로 효과적인 혈전 치료를 돕는 약도 나와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높여
계속 같은 자세로 앉아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가는 현대 사회는 심부정맥혈전증의 발병률을 높이는 위험 인자들이 많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폐색전증으로 발전하면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으나, 위에 언급한대로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제한된 근무 환경 속에서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조용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