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탑라이더는 도요타 캠리를 업무 및 시승 차량으로 구입했다.
도요타 캠리는 내구성과 무난함이 오히려 무기인 차데, 잠시 타보고 느낀 소감만으로 시승기를 적는데는 부족함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캠리는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링 패밀리 세단인데, 대체 어떤 점이 국산차와 달라 그런 자리에 올랐는지도 궁금했고, 차량 가격도 3200만원대로 차급에 비해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시승차로는 차마 얘기할 수 없던 것들을 속 시원히 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도 있었다.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차에 대해 속속들이 객관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 '비싼몸' 할인∙끼워주기에 인색해
도요타 캠리는 한달에 700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 차종이었다. 차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2~3주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많아서일 것이다.
탑라이더는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D&T모터스에서 캠리를 구입하기로 했다. 가격은 3390만원. 나름대로 소개받은 영업사원에게 구입을 하는데, 아무리 깎아달라고 졸라도 단돈 10만원도 안깎아줬다. 이럴거면 소개는 왜 받았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바가지 쓰는 느낌이 들지는 않아 좋은점도 있었다. 작년에 아는 지인이 구입한 독일 모 메이커의 차는 300만원을 쉽게 할인 해줬는데, 차를 싸게 샀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더 할인 받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서비스는 없지만, 우선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를 2년간 무상으로 해준다. 종합보험 가입할 때 긴급출동특약은 빼도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프로모션으로 삼성전자의 7인치 태블릿인 갤럭시탭을 끼워줬다. 이왕 줄거면 아이패드를 줬으면 했는데, 앞유리에 장착해 차량용 블랙박스 기능을 하고, 도요타 캠리의 OBD와 연결되는 전용 프로그램이 깔려 나오는 등 갤럭시탭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 복잡한 리스, 정신 바짝 차려라
대부분 수입차 업체들은 리스를 통해 차를 구입할 것을 권한다. 그런데 이 항목이 너무 복잡해서 구매자들은 물론 영업사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탑라이더도 이번에 리스로 차를 구입했다. 엄밀히 말하면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차다. 탑라이더는 3년간 '사용권'만 있는 셈이다.
리스 상환표를 살펴보면 등록세가 154만900원+취득세가 61만6360원이었다. 공채할인한 금액도 15만4000원을 내야 했다. 여기 부대비용 10만원이 추가된다. 그래서 차량가격 3390만원에 이 금액을 더하면 리스 이용 총 금액은 3631만1260원이 됐다.
우리는 도요타 파이낸스 서비스를 통해 운용리스를 받았는데, 첫달에 차량 가격의 30%인 1017만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마지막 달에 30%의 유예금을 내도록 했다. 남은 금액을 36개월 리스 처리하니 매달 86만7142원씩 내게됐다. 리스이율은 8.2%라고 돼 있는데, 여기 약간의 꼼수가 있다.
차를 리스사가 소유한 상태에서 별도 '보증금'을 내야 한다는 건 좀 이상해 보이지만, 대부분 자동차 리스사가 이런식으로 상품을 구성해뒀으니 어쩔 수 없다. 이 고리 금융상품을 8.2% 이율이라며 판매하고 있는데도 금융감독원이 제재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꼼꼼히 살펴보면 리스 이자가 결코 만만치 않은 만큼 은행 대출이 가능한 소비자라면 자동차 리스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 직접 만난 '내 캠리'…화려한 차 아니라 우아한 차
늦은 시간임에도 캠리를 보러 온 소비자들이 차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안팍을 살펴보고 있었다. 둘러보니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었는데, 솔직히 더 탐났다. 시스템 출력 200마력에 공인 연비도 23.6km/l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냈기 때문이다. 가격이 4290만원으로 일반 가솔린 모델에 비해 900만원 비싼데, 참 애매한 가격차이다. '이왕이면…'이라는 기분으로 업그레이드 하다보면 한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가솔린 모델을 구입하기로 했다.
차를 빙 둘러보려니 영업사원이 다가와서 "'고객님의 캠리'가 출고 준비됐다"며 차키를 건네줬다. 내 차는 아니지만, 어쩐지 뿌듯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도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어선지, 화려한 출고장이 있는건 아니고 약간 환한 공간을 만들어뒀을 뿐이었다. 대신 친절한 영업사원이 차에 직접 갤럭시탭을 장착해주고 시트 비닐도 모두 일일히 벗겨내 줬다. 다만 선팅을 마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창문과 문 사이에는 과자박스에서 잘라낸 듯한 두꺼운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캠리의 실내에 들어서니 '놀랍도록 호사스럽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무척 단정하고 우아한 느낌이 들었다. 흰색과 짙은 밤색을 중심으로 단차없이 든든하게 만들어진 실내 구성은 다른 모든 메이커들이 참고할만한 요소로 느껴졌다. 별다른 꾸밈없이 단순하게 만든 점은 10년동안 이 차를 타더라도 질리지 않게 만들만한 요소로 느껴졌다.
가죽은 최고급이라 할 수는 없지만 결코 나쁘지 않은 천연가죽이었다. 또 우리와는 약간 취향이 다른 듯 붉은색 메이플 우드트림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 기준에서는 이것보다 조금 더 어두운 밤색 오크여야 평이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된 붉은색 우드 트림은 오히려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어서 수입차를 탄다는 느낌이 들고, 전체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데도 일조한다. 전반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실내다.
새롭게 바뀐 헤드램프는 혼다나 기아차 느낌도 났다. 하지만 이를 두고 '도요타가 기아차를 베꼈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요즘만 이런게 아니라 실상 수십년전 차들도 서로 영향을 끼치는 일이 흔했다. 자동차 디자인이라는게 본질적으로 이런식인것 같다.
뒷좌석은 정말 평평하고 단촐했지만 결코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다. 고급감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촌스럽지는 않다. 뒷좌석용 에어컨/히터 송풍구가 따로 있었고 머리 공간은 정말 넓어 누구라도 그리 불만을 갖지 않을만한 공간이다.
수납공간도 대단히 넉넉하다. 앞좌석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각기 3개의 큰 음료수를 도어포켓에 끼울 수 있고, 가운데 컵홀더에는 음료수를 각기 넣을 수 있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로 좌우 각각 3개씩 음료수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과하게 느껴질 정도의 넉넉함이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미국에 팔 때 "경쟁사가 컵홀더의 개수를 말할 때 우리는 에어백의 개수를 말한다"고 광고 한 적이 있었다. 캠리에 비해 기본 에어백이 많다는 의미였지만, 캠리가 업그레이드 된 지금와서 보면 수납 공간이 부족하다는 고백 같은 광고다.
◆ 단점을 찾기 힘든 도요타 캠리
영업사원분이 왜 이렇게 비닐을 열심히 벗겨주시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매트 부근에 있는 비닐에는 모두 'Dealer must remove protective cover (딜러는 반드시 커버를 벗겨서 출고할 것)'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도요타가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가속페달을 누른 바닥 매트라고 보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비닐의 간섭현상을 막기 위해 이같은 문구를 적은 듯 했다. 혹시라도 다 떼내지 않은 상태로 운행하다 뭉친 비닐이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에 걸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도요타는 안전에 민감한 기업이지만, 최근 안전에 더 만전을 기하는 것 같았다.
연비는 2등급. 2.5리터급의 큰 차가 12.8km/l를 낸다는 점은 우수한 수준이다. 엔진 소리는 더 없이 조용하다. 실내 공간도 넉넉하고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가만보니 누구도 흠을 찾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점이 장점이다.
미국 시장서 도전자 입장인 현대기아차는 기존 도요타 고객들을 파고들기 위해 새로운 특장점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반면 도요타는 소비자를 뺐기면 안되는 상황. 그래서 캠리는 장점이 많은 차가 아니라 단점이 없는 차로 만들어졌다. 그게 도요타의 힘이고 미국서 베스트셀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탑라이더가 구입한 도요타 캠리. 직접 시승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가감없이 다음 주부터 담아본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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