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와 F1 트랙? 좀 어색했다. 재규어라면 막연히 수트 차림 중년 신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재규어는 태생부터 스포츠카 DNA를 품고 있는 브랜드다. 1936년에 최고속도 160km를 자랑하는 S.S. 100 스포츠카를 출시했고, 1948년 공개된 XK120은 시속 200km를 자랑하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재규어는 이러한 스포츠카 DNA를 적극 부활 시키려 하고 있다. 여전히 수트 차림이지만 재킷은 조수석에 벗어놓고, 셔츠 단추를 두세 개 풀어헤친 듯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10월30일부터 11월2일까지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개최한 ‘2012 재규어 트랙데이’에서 재규어의 고성능 모델들을 타고 박진감 넘치는 드라이빙을 만끽했다.
◆ 재규어 트랙데이…고성능 머신 총출동 '장관'
멋진 재규어를 타고 F1 서킷을 주행하다니, 출발 전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트랙데이가 진행된 영암 상설 서킷에는 재규어 고성능 모델들이 강렬한 자태를 뽐내며 총출동해 있었다. 시승 당일의 화창한 하늘빛과 일렬로 늘어서 있는 재규어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특별히 이번 트랙데이에는 세계적인 레이싱 드라이버 로렌스 플러머를 비롯한 3명의 프로 드라이버들과 영국 본사의 스텝들이 직접 방한해 차량에 대한 설명과 택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510마력, 고성능 XKR의 서킷 공략법
8명씩 4개 조로 이루어 진행된 이번 행사는 XKR 서킷 주행, XJ 슈퍼스포트 슬라럼 및 급제동, XF 서킷 주행, XKR-S 택시 드라이빙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고성능 스포츠카 XKR을 타고 상설 서킷을 주행했다. 이 차는 클래식한 외관과 달리 무려 510마력을 내는 차였다.
서킷이 익숙지 않은 운전자들을 위해 천천히 주행하며 코스를 익히고 브레이킹 포인트와 핸들링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본격적인 주행이 시작됐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RPM 게이지가 위아래로 요동치는 듯 했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5단까지 변속하는 동안 어느새 시속 200km를 훌쩍 넘어섰다.
낮은 무게중심의 차체는 안정감이 우수해 흔들림이 적고, 핸들 조작감도 우수해 날카롭게 'S자'를 그려나갔다.
무리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 언더스티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코너 중간에 불안해져 가속페달에서 갑자기 발을 떼면 더 심해졌다. 차라리 가속페달을 더 밟고 전적으로 차를 믿으니 재규어는 기대에 부응하는 듯 더욱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아나갔다.
◆ XJ 슈퍼스포트 롱휠베이스의 슬라롬…재규어의 자신감
이어진 슬라롬 및 급제동 테스트 코스. 의외로 XJ 슈퍼스포트 롱휠베이스 모델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려 길이만 5.3m에 달하는 초대형 세단인데 날렵한 거동이 필수인 슬라롬에 투입한다니 황당했다. 그만큼 재규어의 자신감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번 코스는 3~4개의 라바콘으로 이어진 슬라럼 구간을 날렵한 핸들링과 가속페달 조작으로 빠르게 통과한 뒤 지정된 장소에 급제동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론 스포츠카 수준의 슬라롬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기울어짐이 적고 핸들을 조작한 만큼만 꺾여 코너를 재빠르게 빠져나가는 등 우수한 핸들링이 인상적이었다.
◆ XF의 주행…XFR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니
XF 서킷 주행이 이어졌다. 퍼포먼스는 XFR에 비해 훨씬 적지만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가볍고 날렵하면서도 XFR에 투입된 여러 기술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역시 서킷에서는 경험이 중요한 듯 코너에서는 XF로 더 재미있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게다가 3.0리터급 디젤 엔진의 강력한 토크감과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변속의 느낌 또한 짜릿했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선도차량에 맞춰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집중력도 높아져 몸 속에 있는 아드레날린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과감히 속도를 올리면서도 욕심은 내지 않고 브레이크를 밟는다. CP를 지나 가속페달을 밟으며 코너를 능숙하게 빠져나온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운전자에게 여유를 안겨주는 XF는 패밀리카로는 물론, 경우에 따라선 스포츠카로도 합격점을 줄 만 했다.
◆ XKR-S 택시드라이빙…심장이 쫄깃해지는 강력함
모든 주행 코스를 마치고 기다리던 XKR-S 택시드라이빙이 시작됐다. XFR-S는 최신형 V8 5.0리터급 직분사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kg·m의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재규어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모델이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XKR-S로 직접 서킷 주행을 하고 싶어 했지만, 영국 본사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택시드라이빙만 진행하도록 했다.
XKR-S는 로렌스 플러머를 비롯한 3명의 프로 드라이버들이 진행했다. 차세제어장치(ESP)를 끄고 드리프트 퍼포먼스를 펼치며 신나게 달렸다. 코너에서는 좌우로 요동치는 차체를 순식간에 컨트롤 하는 모습에 탄성이 터져나왔고, 직선 구간에서는 순식간에 240km/h에 다다르는 속도계에 놀랐다. 무엇보다 시동을 걸 때부터 심장을 쫀득하게 만드는 XKR-S의 사운드가 감동적이었다.
택시드라이빙을 마친 일부 기자들과 몇몇 관계자들은 도저히 못타겠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한 여성 관계자는 빨리 내려주지 않으면 XKR-S에 토할 것이라고 드라이버를 협박(?)해 도중에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택시드라이빙 후 XKR-S의 폭발적인 주행 성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참가자들이 XKR-S 택시드라이빙을 경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차량 전면 주행모습과 속도계, 탑승자 정면 등 세 개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한 화면에 담았는데, 빠르게 움직이는 차 안에서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괴성도 지르는 과정이 좀 창피하기도 했지만 짜릿한 추억으로 기억될 듯 하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데이비드 맥킨타이어 대표는 “재규어에는 글이나 이미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레이싱 DNA가 있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글이나 이미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체험 행사는 계속돼야 한다. 한 명이라도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해야 50년대부터 이어온 재규어의 '아름다운 고성능'이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것이다.
전승용 기자 /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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