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여러 가지 질병에 잘 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 문제가 되고 있다. 따뜻한 기온과 높은 습도는 세균의 번식을 부추겨 세균성 질병을 초래한다.
세균에 의한 질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식중독, 이질 등과 같이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고, 둘째는 일본뇌염, 말라리아와 같이 모기나 다른 벌레에 물려서 옮는 질병이다. 이 외에도 냉방시설로 인해 전염되는 질병이 있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에 세균에 의한 질병이 잘 발생하는 이유는 세균이 따뜻한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외부온도가 높으므로 세균이 잘 번식할 수 있는 온도조건이 된다”며 “이러한 온도조건 외에도 여름철에는 습도가 높은데, 이것도 세균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 여름엔 음식 조심! 물 조심!
음식과 물을 통해 옮는 질병에는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병도 있고, 최근에 새로 발견된 병도 있다. 잘 알려져 있는 질병으로는 식중독, 이질, 여행자 설사(물갈이병), 콜레라, 장티푸스 등이 있다. 새로 발견된 질병으로는 대장균 O157, 작년 대만 등지에서 유행한 장바이러스 감염 등이 있다. 질병양상이 조금 다르지만 비브리오 패혈증도 음식을 통해 옮는 질병이고,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병이다.
식중독은 인체의 피부에 많이 서식하는 포도상구균에서 나오는 장독소에 의해 발생하는데,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다룰 때 포도상구균이 음식에 오염돼 음식 속에서 번식을 하고 독소를 분비한다. 이처럼 식중독은 이미 만들어진 독소를 먹어서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한 후 수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구토, 구역, 복통, 설사 등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여행자 설사는 세균이 직접 장에 들어와서 증식을 하고 거기에서 독소를 분비하거나 장점막을 침범해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잠복기가 8시간에서 5일까지로 다소 길다. 증상도 주로 복통과 설사가 나타난다. 이질은 심한 형태의 감염성 설사로, 설사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곱똥이라고 끈적끈적하고 덩어리 진 점액이 떨어져 나오며, 발열 등의 전신증상이 보통 설사병보다 심하다. 콜레라도 감염성 설사의 일종으로, 쇼크나 쌀뜨물 같은 모양이고 혈액이나 점액이 섞여 나오지는 않는다.
장티푸스는 장에 세균이 침입해서 생기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설사 등과 같은 장과 관련된 증상은 별로 없고 고열이 오랫동안 나는 것이 특징이다. 합병증으로 장출혈이나 장천공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음식을 섭취한 후 수시간 내에 구역, 구토를 하면 식중독을, 수일 내에 복통 설사를 하는 경우 감염성 설사를 의심해야 한다. 설사에 혈액, 점액 등이 섞이고 열이 심하면 이질을, 다량의 수양성 설사를 하면 콜레라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원인모를 열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에는 장티푸스를 고려해야 한다. 이질 콜레라나 장티푸스는 사망할 수 있는 중증 질환이므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장균 O157은 사실 대장균의 일종으로 그 이름으로만 볼 때에는 특별한 균이 아니다. 대장균은 정상적인 사람의 장에도 살고 있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O157이라는 특정 항원을 지닌 대장균은 다른 대장균과는 달리 혈변과 콩팥의 기능손상을 일으키는 독소를 분비한다. 따라서 이 대장균에 의한 병에 걸리면 심한 혈변과 신부전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 세균은 바닷물에 사는 균으로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 육지에 가까운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이 때 많이 증식을 한다. 바닷물 속의 어패류를 오염시키거나 바닷뻘에서 서식하고 있다가 사람이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상처난 피부로 바닷물을 접촉하면 사람에게 침범한다. 증상은 설사 등의 장관증상보다 피부와 피하조직의 증상으로 나타나 커나란 물질과 피사를 일으킨다. 급속도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고, 고열과 쇼크 등 패혈증이 잘 동반되는데, 이 병에 걸린 환자의 절반 정도가 사망하는 아주 치명적인 질환이다.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우선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익힌 음식만 먹고 물은 끓여서 마셔야 한다. 상품화된 생수나 음료 등은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끓인 물 대신 마셔도 된다. 과일은 깨끗이 씻거나 껍질을 까서 먹는 것이 좋다. 햄버거 고기와 같인 갈아서 만든 고기는 그 속이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조리해야 하며, 고기에서 나오는 물도 다 제거되도록 충분한 시간동안 조리해야 한다.
식중독은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의 손에서 세균이 오염돼 발생하기 때문에 음식을 만지기 전에 손을 꼭 깨끗이 씻어야 하고, 손에 염증이 있거나 상처가 있으면 음식을 조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음식을 보관할 때에는 냉장고 등에 보관해서 세균이 증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간질환이 있거나 면역이 저하되는 다른 질환이 있는 환자는 여름철에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이런 환자는 맨살로 바닷물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콜레라와 장티푸스에는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콜레라백신은 부작용이 심하고 효과는 적어서 별로 권하지 않는다. 장티푸스 백신은 최근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은 백신이 개발됐다. 모든 사람이 이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으나, 장티푸스가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하거나, 환자나 보균자의 가족 등과 같이 특별히 전염될 위험이 높은 사람은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 경기북부․강원 지역에선 모기 주의를
일본뇌염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 최근 예방접종에 대한 권고안이 변경됐다. 1994년 이후부터는 재접종의 주기를 2년 주기로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는 말라리아 유행지역이었다. 1970년대부터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1986년 이후에는 감염자가 한 사람도 발생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 10년 후인 1993년 다시 우리나라에서 외국에서 수입된 말라리아가 아닌 토착형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해가 갈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강화, 김포, 파주, 연천, 철원 등 경기북부와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점점 남쪽으로 환자발생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에 의해 전염돼 발생한다. 말라리아 원충은 주로 우리 몸의 적혈구에 침입해서 증식을 하고 적혈구를 파괴시킨다. 적혈구가 깨질 때 여러 가지 염증물질이 분비되면서 고열과 심한 오한, 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간이나 콩팥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고 혼수에 이르기도 한다.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으려면 여름철에 우리나라 경기북부나 강원도 지역을 여행할 때에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실 때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말라리아에 대한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열대열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외국을 여행할 때에는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들 지역에는 약제에 내성을 지닌 말라리아가 많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예방약을 선택해야 한다. 말라리아에 대한 백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 대형 냉방시설 가동 땐 위생 철저히
대형 냉방시설을 통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