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김모씨는 잦은 구토와 복통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얼굴에 황달증상을 보인 김씨는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김씨의 담당의는 검사 중에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2년 전 김씨는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다가 갑자기 치료를 중단했던 것.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데다 바이러스 수치와 간 효소 수치가 계속 정상 범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의 혈액 검사 결과 바이러스 혈중 농도와 간 효소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황달과 복수를 동반한 간경변증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무증상을 희소식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 이는 증상이 없는 침묵의 시기를 완치의 신호로 오해해 의사와의 상담 없이 스스로 치료를 중단한다. 따라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김씨처럼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리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특별한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피로감, 무력증, 소화불량 등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이 경미한 정도일 뿐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진단 초기에만 심각성을 인지하고 점차 치료와 관리에 소홀해진다.
실제로 B형간염은 특별한 증상 없이 바이러스에 증식하거나 바이러스 증식이 약해지는 비증식기에도 환자의 약 20% 정도가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등 만성 B형 간염의 발병 위험이 크다면 지속적인 검진과 관리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B형간염 환자의 간 질환 사망률이 정상인보다 30~1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 B형간염 환자가 꾸준히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할 경우 약 34%가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료를 하지 않은 환자는 약 75%가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간질환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일부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은 치료 중에 바이러스 활동성, 간 효소 수치 등을 토대로 복약완료 기준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등 실수를 범한다. 특히 치료제 장기 복용에 따른 내성 발생 우려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치료제를 끊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와 간 효소 수치가 감소하는 탓에 병이 호전되는 오해를 부르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제를 끊어도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는 등 특별한 통증이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장기간 치료제 복용이 필요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은 담당 의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중요
B형간염은 올바른 복약습관과 관리로 자신의 간 건강을 주의 깊게 살피고 꾸준히 치료할 것을 권장한다.
[도움말=신촌세브란스병원 김도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