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보면 유달리 건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늘 약하고 아픈 사람이 있다. 이런 질병과 건강은 태어나는 것인가 (nature)?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nurture)?
결론은 둘 다이다. 질병과 건강은 유전적인 특성으로 타고 나기도 하지만, 끝없이 환경을 통해 매일 결정되는 것이다. 전자를 다루는 대표적인 학문이 유전학(Genetics)인 반면 후자의 경우를 다루는 대표적인 학문으로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군인과 남한군인의 키의 차이는 인종간의 유전적 차이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같은 유전자를 타고 태어난 남한군인과 북한군이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것은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 때 산모의 영양과 신생아, 성장기에서의 영양이 유전자를 바꾸어 성장에 방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이런 성향이 대를 이어 유전시키는 후생유전학의 설명으로 가능하다.
후생유전학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음식과 영양이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가 여왕벌과 일벌의 비교이다. 우리가 아는 벌의 종류에는 수컷벌과 암컷벌이 있는데 암컷벌은 다시 여왕벌과 일벌로 나뉜다. 두 개체 모두 유전자는 똑같은데 여왕벌은 하루 2천개의 알을 낳고 평균 수명인 1~3년 동안 2백만 개의 알을 낳는 반면, 일벌은 불임으로 알을 낳지 못하고 수명도 고작 7주에 불과하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가? 똑같이 태어난 벌의 유충 중 하나에 유모벌이 집중적으로 로얄젤리를 먹인 결과 여왕벌이 되고, 임신 관련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2007년 Barchuk라는 연구자는 여왕벌과 일벌의 240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여왕벌은 임신, 출산과 관련한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있었고, 반면 일벌 들은 생리적 유전자가 비활성화되어 있었던 것을 증명했다.(BMC Developmental Biology 2007) 이처럼 누구나 똑같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마치 스위치를 키고 끄는 것 같은 설명을 하는 것이 후생유전학이고 음식이 그 스위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임신한 쥐 (아구티 마우스)에 엽산과 비타민 B가 충분한 음식을 먹인 경우와, 그 영양소가 결핍된 음식을 각각 먹인 결과, 엽산과 비타민 B를 충분히 먹인 쥐의 후손에서는 건강한 쥐가, 그렇지 않은 결핍된 음식을 먹은 쥐에서 태어난 쥐는 훗날 암이나 비만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쉬운 결과를 가져왔다. Avy라는 유전자의 DNA 메틸화가 이 유전자의 활성화를 결정하는 스위치인데 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엽산 등 영양소인 것이다. (nature 1999) 즉 음식과 영양은 자신의 질병을 만들기도 하지만, 후손의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유전과 음식의 이야기를 통해,
[김경철 테라젠 바이오 연구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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