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핑 돌고 어지러우면 흔히 '빈혈'을 의심한다. 그만큼 '어지럼증은 곧 빈혈'이라는 생각이 공식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빈혈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조직의 저산소증을 가져오는 경우를 말합니다. 혈액 속 적혈구는 우리 몸에서 산소를 운반해주는 '일꾼' 역할을 하는데 이 적혈구가 부족해지면서 산소 운반이 잘 안 되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적혈구 내 혈색소(헤모글로빈) 농도로 정한 빈혈 기준치는 남자 성인 13g/㎗ 미만, 여자 성인 12g/㎗ 미만, 6∼16세 청소년 12g/㎗ 미만, 6개월∼6세 미만 소아와 임산부 각 11g/㎗ 미만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빈혈 증상은 어지럼증보다는 숨이 찬 게 대표적입니다. 이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지럽기보다는 숨이 차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심한 운동을 할 때도 산소가 많이 필요한데 산소부족이 심해지면 숨이 더 차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빈혈도 심하지 않을 때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달리기, 등산 같은 운동을 할 때만 숨이 차다가 점점 심해지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숨이 차게 됩니다. 이외에 피로감, 식욕저하, 소화불량 등도 빈혈의 주요 증상입니다.
이와 달리 어지럽고 빙빙 도는 증상은 빈혈보다는 귀 안쪽이나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귀 안쪽에 우리 몸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채는 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빈혈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언급한대로 빈혈은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꾼이 줄어드는 질환입니다. 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움직이는 기관은 심장입니다. 따라서 빈혈이 생기면 우리 몸은 심장에서 피를 더 많이, 더 자주 돌려 산소를 보내는 양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결국, 빈혈이 오래가면 심장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므로 심장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이런 심장 손상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심장기능에는 더 치명적입니다.
빈혈의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게 ▲ 철분, 비타민 등의 영양분 부족 ▲ 골수에서 피를 잘 만들지 못하는 경우 ▲ 적혈구가 붕괴해 헤모글로빈이 혈구 밖으로 용출하는 용혈 ▲ 출혈 ▲ 위암이나 대장암 등입니다.
이 중에서도 위암이나 대장암 등과 관련된 빈혈에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 경우 위나 장에 대한 증상은 분명하지 않고 빈혈만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빈혈 증상이 생기면 우리 몸에 다른 중요한 병이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반드시 원인을 밝히는 게 바람직합니다.
원인에 대한 진단 없이 빈혈약만 먹는 건 아주 위험합니다. 빈혈약은 철분제제를 말하는데, 빈혈 중 가장 흔한 게 철 결핍성 빈혈이기 때문에 보통 철분제제를 빈혈약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철분부족이 아닌 빈혈에서는 철분제제를 먹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철분이 너무 쌓여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빈혈이 철분부족 때문에 나타난다면 빈혈약이 좋습니다. 다만 가격은 비싸면서 철분 함량이 너무 적어 효과가 떨어지는 빈혈약은 주의해야 합니다. 철분이 충분히 들어 있는 약제를 복용해야 빈혈이 빨리 좋아집니다.
철분 약을 먹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몸 컨디션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지만, 빈혈이 완전히 개선되려면 6개월가량 먹어야 합니다. 약으로 먹은 철분은 적혈구가 다 만들진 다음에야 비로소 몸에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또 녹차와 철분 약을 함께 먹는 것도 삼가는 게 좋습니다. 녹차의 타닌 성분이 철분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쉽습니다.
철분부족 빈혈을 예방하려면 평소 먹는 음식도 중요합니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시금치, 땅콩, 아몬드, 해바라기씨,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유영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빈혈은 꼭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치료 전에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충분한 양의 철분이 저장되려면 빈혈이 다 좋아진 후에도 6개월 정도는 약을 더 복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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