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중반 직장인 이모씨(여성)은 매년 이맘때면 항상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원푸드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디톡스 등등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가리는 것 없이 시도했지만 성공한적이 없다. 식욕을 참으며 힘들게 굶다가도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로 오히려 폭식을 하게 되면서 다이어트 고사하고 위장병까지 생겼던 적도 있다.
여성들의 평생 숙제 다이어트. 우리 주변에서 이씨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유행하는 모든 다이어트 방법을 따라 해봐도 살은 빠지지 않고 오히려 원래보다 더 살이 찌는 요요현상이 오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것 같다고 하소연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데 누구는 과자에 술에 마음껏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살이 잘 찌지 않는 유전자를 타고난 것이다.
◆ 살찌는 유전자 따로 있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실제로 살이 잘 찌는 유전적 특성이 있다. 지금까지 비만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로 연구된 것만 1,600개가 넘는다.
그 중 ‘FTO’라는 유전자는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꾸는 유전자로 한국인을 포함한 전세계인들에서 비만의 중요한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다.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꾸는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에너지로 사용되기 보다는 몸에 지방으로 잘 저장하는 특성이 있다.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찌지 않는 것은 각자 타고난 유전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식욕을 조절하는 유전자도 있다. ‘MC4R’이라는 유전자는 뇌의 식욕 조절 부위에서 음식을 먹는 동안 이제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식욕조절을 잘 하지 못하고 자주 간식을 섭취하는 경향을 보인다.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는 사람은 ‘BDNF’ 유전자에 변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유전자는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음식 섭취를 조절 하는 유전자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지만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는 경우가 많다.
‘FTO’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위주의 식사로 바꾸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식욕 유전자 MC4R에 변이가 있다면 자발적인 식사조절로는 다이어트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식욕 억제 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으며 꾸준한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 ‘유전자 건강체크’로 똑똑하게 관리하자
유전자 검사라고 하면 친자확인 또는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예측할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유전자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가지 항목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혈압 ▲혈당 ▲피부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농도 ▲카페인 대사)에 대한 46개 유전자를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검사할 수 있는 DTC(Direct to customer) 유전자 검사가 허용되면서 나에게 맞는 건강관리법을 세울 수 있는 ‘유전자 건강체크’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비만과 관련된 FTO, MC4R, BDNF 유전자는 12가지 항목 중 ‘체질량지수’에 해당하며 유전자 건강체크를 통해 나의 비만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 건강체크를 통해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건강관리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현재 고혈압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어 걱정이 되는 사람이라면 혈압 유전자 체크를 통해 그에 맞는 관리법을 찾는다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전자 건강체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진스타일 관계자는 “성인들이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어릴 때부터 몸에 맞는 건강관리법을 찾아주기 위해 10대 자녀들의 유전자 건강체크를 의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무작정 굶거나, 한가지 음식을 먹는 등의 무분별한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니다. 맞춤 옷, 맞춤 신발처럼 내 몸에 꼭 맞는 다이어트 방법과 건강관리법으로 현명한 다이어터가 될 수 있다.
[ 매경헬스 서정윤 기자 ] [ sjy1318s@mkhealth.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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