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의 8일 국회 통과는 여야 원내 사령탑인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도 명암을 갈랐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내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는 평소의 공언이 식언(食言)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처음에는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처리를 장담하다가 12월 중순으로, 하순으로 밀리는 오랜 관행을 끊어냄으로써 `하면 한다'는 면모를 보여줬다.
그동안 그가 예산안을 강행할지에 반신반의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대화정치를 화두로 타협의 공간을 넓혀온 태도를 180도 바꿔 불도저식 전략을 구사할지에 물음표가 찍혔던 것이다.
지난달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 처리일자에 대한 여야 합의를 민주당이 파기했을 때에는 야당에 끌려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가 대립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해 "우리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국가 이익을 왜 반대하는가. 이것도 관철시키겠다"고 소신행보를 예고했다.
예산안 처리를 계기로 그의 원내 리더십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되나 노련한 정치력으로 `콤비플레이'를 펼쳤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관계는 당분간 냉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예산국회에서 적법심사 원칙을 내세운 지연 전략을 구사하며 버티기에 나섰지만 일격을 당했다. 육탄 저지라는 극단적 카드까지 썼지만 거여(巨與)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지난 5월 취임 후 세종시 수정안 처리 등 여야 대치 정국에서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정치력을 발휘해온 박 원내대표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고 당이 사활을 걸었던 4대강 예산을 막아내지 못한 것도 오점을 남겼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질 소지가 없지 않고, 대포폰 정국 등에서 광폭행보를 보여온 그의 당내 구심력이 다소 약화되면서 향후 운신의 폭이 좁혀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장 강경파 일부에서는 그가 원내외 병행투쟁 대신 좀더 강경하게 나섰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상황 판단이 다소 안이했다는 지적도 따른다.
그러나 여야 의석분포상 처음부터 물리적
그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충분히 몸을 던졌다. 거듭 죄송하다"며 울먹인 뒤 "4대강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그것(강행처리)이 부메랑이 돼 승리하는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저의 불찰을 제 스스로 느끼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겠다"고 향후 거취 등을 놓고 장고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