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법원이 남성 부장 판사가 여성 배석 판사를 대하는 지침서를 만들었습니다.
여성 판사의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한 사례지만 너무 노골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안형영 기자입니다.
【 기자 】
45개 중에서 7개 재판부가 배석판사가 모두 여성인 서울중앙지법.
이 법원에서 최근 여성 배석 판사를 둔 남자 부장 판사에게 '생활 지침서'를 배포했습니다.
지침서에는 여성 배석판사의 신체를 훑어보거나 몸을 접촉하는 행위, 야한 농담 등을 하면 안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여성 판사를 옆에 앉히지 말고 사무실에 여성 판사 한 명과 있게 되면 문을 열어두라고 권했습니다.
회식은 술자리보다는 공연이나 영화관람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 배석 판사들과 성별·세대 격차로 생길 수 있는 오해나 불미스런 일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이 성희롱 예방 지침서에 가깝고,모두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대화의 주제를 아이돌그룹, 인기 연예인, 드라마에 관심을 두라고 추천한 부분은 여성 비하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노래방에서는 어깨동무하거나 껴안지 말라고 적혀 있어 남성 판사를 잠재적 성희롱범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임용된 판사 가운데 여성 비율은 65%.
지침서를 낼 정도로 법원마저 직장 내 성희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mbn뉴스 안형영입니다. [tru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