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전격 방중은 후계자 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과 차이점이 많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이정호 기자가 짚어 봤습니다.
【 기자 】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말 제3차 당 대표자회의에 공식 등장한 뒤 8개월 만에 중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반면 김정일은 후계자로 지명된 지 2년 8개월 만인 1983년 6월에야 방중했습니다.
김정은이 아버지보다 2년이나 더 빨리 중국으로 향한 겁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받는 중국 방문을 북한 당국이 이렇게 서두른 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후계 체제를 조속히 공고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의 공식 직책도 다릅니다.
방중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이었지만, 김정은은 그보다 낮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을 달고 있습니다.
지난달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방중에 대비해 김정은에게 고위 직책이 추가로 주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결국 부위원장 자격으로 방중을 하게 됐습니다.
중국 방문 경로도 다릅니다.
김정은은 투먼을 통해 중국을 향했지만, 김정일은 이 길을 2000년 이후 6번의 방중 과정에서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투먼을 거쳐 무단장으로 향한 김정은의 열차는 하얼빈과 창춘을 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김정일은 지난해 8월 창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하얼빈과 무단장을 찾은 바 있습니다.
김정은의 일부 방중 경로가 김정일의 귀국 경로와 겹칠 거라는 얘기입니다.
특히 무단장은 김일성 주석을 비롯해 북한정권 수립의 주역들이 중국과 함께 항일 투쟁을 했던 무대입니다.
방중 경로는 달라도 결국 김일성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 [ ice@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