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는 정체 모를 '공천 살생부' 명단이 떠돌고, 민주통합당 역시 호남 물갈이를 핵심으로 한 '공천 기준안' 문건이 떠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공천 살생부 명단에는 공천 부적격자 42명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 가운데 38명은 공천 부적격자로, 4명은 예비 부적격자로 분류됐습니다.
지역별로는 서울 지역 의원이 12명, 경기도 12명, 인천 5명, 대구 경북 8명, 부산 경남 5명 등입니다.
수도권 살생부에는 초선 14명을 포함해 재선 의원 이름도 보였습니다.
영남권에서는 주로 3선 이상의 다선 의원들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계파별로 보면 42명 가운데 친이계가 17명, 친박계가 15명으로 엇비슷했습니다.
작성자도 출처도 불분명한 문건이지만, 이름이 적힌 의원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름이 올랐던 이한구 의원은 어제 뉴스 M에 출연해 이 문건은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것이라, 누군가 공작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한구 / 한나라당 의원
- "제가 볼 때는 매번 있던 것이에요. 지금 공천심사위원회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저게 어떻게 나와요? 상식에 맞지 않잖아요. 옛날에도 그랬는데 다 틀렸잖아요. 저런 건 누가 장난치는 것이죠.
- "누가 장난친다고 보는 거죠?"
- "그건 알 수 없죠. 알면 당에서 가만 놔두겠어요. 크게 다치죠."
비대위 관계자는 이 문건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누군가 당내 분란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 문건에는 불출마 선언을 했거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총선 출마가 불투명한 의원들도 일부 포함돼 오래전에 만든 문건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래도 공천 25% 배제 기준안이 나온 직후라 이 문건을 본 현역 의원들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통합당도 때아닌 괴정체 문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씽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 등장한 공천 기준은 한마디로 호남 물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남 등 우세지역 출신의 3선 이상 중진은 한나라당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고, 공천심사위원 전원을 총선 불출마자로 구성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또 1,000원을 당비로 낸 국민에게 당원과 동등한 모바일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현재 민주당에서 호남 출신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모두 12명인데요.
이 가운데 정세균, 김효석, 유선호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나머지 의원들을 모두 교체하자는 얘기일까요?
이미경 총선기획단장은 어제 MBN 뉴스 M과 인터뷰에서 이 문건은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만들지도 않았고, 출처도 알 수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미경 / 민주통합당 총선기획단장
- "그런 방식으로 물갈이하는 방식에는 찬성하고 있지 않습니다.
- 호남 다선 의원들은 바꿔 줄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 그분들이 의정 활동을 잘하고, 지역민들, 국민으로부터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 다선이 되었다고 해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내 반발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5선의 김영진 의원은 호남 물갈이라는 발상은 옳지 않고 방법도 틀렸다면서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인위적인 공천으로 물갈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발했습니다.
총선 때만 되면 으레 등장하는 괴문건들.
누가 만들었지, 또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불분명하지만 이런 문건이 만들어지고 당에 공공연히 떠도는 것 자체가 구태 정치의 한 모습일 겁니다.
각 당이 정치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정치가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입니다.